'사법리스크' 휩싸인 트럼프, 백악관 아닌 감옥 갈 가능성은
- 23-04-04
트럼프 허위 문서 기재 혐의…선거법 위반으로 확장될지 주목
美헌법상, 유죄여도 대선 출마 가능…단 '내란죄' 성립은 예외
도널드 트럼프(76) 전 미국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최초로 형사 기소되는 사상 초유의 불명예를 짊어지고도 공화당 대권주자로 무사히 2024년 대선 가도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현재로선 대선 행보를 이어가는데 지장은 없지만, 이번 기소와 별개로 세 건의 특별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가 감옥에 가는 시나리오도 완전 배제할 수만은 없다.
◇트럼프, 기소 절차 위해 뉴욕 도착
트럼프는 오는 4일(현지시간) 오후 2시경 미국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진행될 기소인부절차 참석(surrender)을 위해 3일 플로리다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도착했다. 트럼프가 머물 맨해튼 5번가 트럼프타워 앞에는 이날 오전부터 많은 지지자가 모여 그를 응원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뉴욕시 당국은 지지자들 집회가 폭력 사태로 확산될까 우려하며 트럼프타워와 법원 인근에 약 3만6000명의 경찰 병력을 전면 배치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이날 폭력 시위를 벌일 경우 누구든 체포해 엄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 당국은 기소인부절차가 열리는 익일 법원 건물 고층과 인근 도로는 폐쇄할 예정이다.
앞서 뉴욕 법원 대배심은 지난달 30일 트럼프에 기소를 결정했다. 이는 앨빈 브래그 뉴욕 지방검찰청장이 트럼프의 '포르노 여배우 성추문 입막음' 의혹을 수사하는 가운데 나왔다. 기소장이 공개되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혐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는 최소 1개 중범죄를 포함해 30개 이상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는 입막음 비용 대납 외에 나머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4일 머그샷 찍고 무죄 호소 예정
4일 오후 2시15분 진행될 기소인부절차(arraignment)에서 트럼프는 다른 피고인들과 동일하게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사진) 촬영, 지문 스캔 및 유전자 채취, 미란다 원칙(피고인 법적 권리) 고지 등 일련의 기소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갑은 채워지지 않을 거라고 트럼프 변호인 조 타코피나는 밝혔다.
후안 M. 머천 판사의 주재로 진행되는 기소인부절차에서 기소장이 공개되면서 트럼프의 혐의가 공개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머천 판사는 트럼프에게 기소사실 인정 여부를 심문하게 된다. 앞서 판사는 지난해 트럼프 일가의 부동산기업인 트럼프그룹을 상대로 세금 사기 혐의 등 재판에서 17건 유죄를 판결한 바 있다.
타코피나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법정에서 탄원서를 제출하고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타코피나는 NBC방송에 출연해 기소가 기각되도록 해 재판이 열리지 않도록 할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이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범죄는 없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절차를 마치고 플로리다로 돌아가 자택 마러라고에서 오후 8시15분부터 지지자 대상 연설할 예정이다.
◇백악관 아닌 '교도소' 갈 가능성은
트럼프는 '역대 미 대통령 최초 기소'라는 불명예를 떠안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감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우선 트럼프는 전과가 없어 유죄가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실형을 선고받을지는 미지수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가 징역형을 수반하는 중범죄로 격상될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대선 승리를 며칠 앞두고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마이클 코언 당시 개인 변호사를 시켜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던 성인배우 스토미 대니얼스(44)의 입을 막기 위해 13만달러(약 1억7017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서 단순 입막음용 대가성 지급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핵심은 이 과정에서 코언이 해당 금액을 '변호사 비용'으로 허위 기재하면서 트럼프가 문서 위조에 가담했다는 의혹이다. 다만 뉴욕법상 업무상 위조 혐의는 경범죄에 해당해 설사 유죄가 성립됐다고 해도 벌금형에 그친다. 징역 최대 4년형이 선고되는 중범죄로 사건을 키우기 위해서는 추가 혐의가 필요한데 현재로서 명확한 혐의는 없다.
이에 주 검찰 측은 선거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예컨대 입막음 비용이 대선 승리에 유리하도록 정치 자금으로 쓰였다는 게 입증되면, 허위 문서 기재는 선거법 위반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고 이 경우 중범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앞서 코언은 허위 문서 기재와 관련 선거자금법 위반 등으로 2018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트럼프가 스토미 대납 건을 승인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다만 미 헌법상 유죄 판결을 받아도 대선 출마에는 지장이 없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선거 운동을 지속할 수 있으며 당내 지지율 부동의 1위로 현재로서는 공화당 예비경선 승리도 유력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기소가 "정치적 박해"라고 호소하며 지지층 결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이번 기소 건 외에도 그는 1·6 의회의사당 폭동 선동 의혹, 조지아주 선거 개입 의혹,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의혹 등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트럼프의 정치적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 수정헌법 14조에 따르면 "내란 또는 내란에 관여한" 사람은 선출직 공직자 자격이 박탈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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