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스마트폰 뱅킹 시대에 '슬로 모션' 은행위기 대비해야"

"부식성 위기에 중소은행 축소 혹은 인수돼 신용공급 방해"

 

가파르게 돌아가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느린 속도로 서서히 퍼지는 은행 위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정보기술(IT)에 특화한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이 은행권 전반으로 전염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소형 은행들은 앞으로 수 년 동안 예금인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WSJ는 전망했다.

SVB가 은행권 전반에 영향력이 적은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들로 인해 붕괴했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는 부식성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slow-motion)될 수 있다고 WSJ는 예상했다. 부식성 위기로 인해 앞으로 많은 은행들이 축소 혹은 인수될 수 있고 이는 신용공급을 방해할 수 있다고 WSJ는 경고했다.

특히 과거와 달리 현재 은행의 더 큰 문제는 대차대조표의 자산이 아니라 부채라고 WSJ는 지적했다. 대출이나 미 국채와 같은 보유 자산의 부실화 문제가 아니라 예금과 같은 부채 상환의 압박에 따른 위기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서 SVB는 보유자산 미 국채 가격이 급락해 미실현 손실이 커졌지만 문제는 국채가 아니라 부채인 예금이 대규모로 이탈했기 때문이 망했다.

그리고 은행의 부채인 예금은 부분적으로 팬데믹에 따른 대규모 완화적 재정 및 통화 정책 때문이라고 최근 크게 불었다고 WSJ는 설명했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팬데믹 위기에 대규모 채권매입을 재개해 돈을 풀었다. 재무부는 대규모 부양책과 구제자금으로 가계 계좌에 직접 돈을 꽂아 줬다.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의 예금은 급증했다. 무디스투자서비스에 따르면 미국의 은행 대출 대비 예금 비율(예대율)은 팬데믹이 정점이었던 2021년 9월 60% 수준으로 50년 만에 최저로 내려갔다. 예금은 넘쳐 나고 대출은 적다는 얘기다.

결국 보증한도가 넘는 예금 비중도 늘었지만 은행들은 그동안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개인 예금은 상대적으로 "경직적"이어서 잘 움직이지 않거나 다른 유형의 도매 금융에 비해 이탈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 뱅캥이 보급화하면서 개인 예금도 초고속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WSJ는 설명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인터넷 혹은 모바일 뱅킹 이용 비중은 2017년 52%에서 2021년 66%로 크게 늘었다. 이는 초저금리 시대에는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연준이 물가를 잡히 위해 금리를 급속도로 인상하며 예금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기가 심해지면 예금자들은 대마불사 관행에 맞춰 반사적으로 지역 중소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 갈아타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실제 지난 15일로 끝난 일주일 동안 중소은행은 예금이탈이 1200억달러에 달했지만 대형 은행들은 예금유입이 660억달러였다.

연방정부가 모든 은행의 예금 전액을 보증하지 않는다면 중소 은행들은 장기간에 걸쳐 예금 인출 압박을 받고 결과적으로 인수되거나 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WSJ는 예상했다. 위기라는 단어가 통상적 의미는 아니겠지만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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