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권도형 쟁탈전'…예측 가능한 시나리오 3가지

한국이 먼저 송환 뒤 미국으로 보내는 방법도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송환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어느 나라가 먼저 그를 송환할지에 국제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3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명분상으로 우선권이 있는 한국에 먼저 송환된다. 둘째, 금융수사에 강점이 있는 미국이 먼저 송환한다. 셋째, 양국이 공조하는 시나리오로, 한국이 먼저 송환한 뒤 그를 미국으로 보내 미국이 기소하고 재판하는 방법이다.

◇ 미국이 먼저 송환 요구 : 일단 미국이 먼저 한국보다 범인 인도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한국이 권씨에 대한 송환 요청을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과 미국 어느 나라가 먼저 송환을 요청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 두 나라가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는 “권씨가 어느 국가로 송환될지는 범죄의 중요성, 범죄인 국적, 범죄인 인도 청구 날짜 등을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코바치 장관은 "현 단계에서 두 국가 중 어느 쪽이 우선권이 있는지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먼저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가 보도했다.

일단 국제법은 송환을 먼저 요청하는 국가가 우선권을 갖지만 국적도 중요한 요소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는 권씨가 어디로 먼저 송환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보다 먼저 범인 인도 요청을 하는 등 수사에 적극적이어서 권씨가 미국에 먼저 송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 한국이 우선권 있지만 미국 송환가능성 커 :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법률적으로 한국이 우선권을 갖고 있지만 미국에 먼저 송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과 미국 중 누가 먼저 그를 데려갈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권씨가 미국으로 먼저 송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해당 기사 - 블룸버그 갈무리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권씨가 한국 국민이고 한국에서 처음 기소됐기 때문에 한국이 우선권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한국 검찰은 지난해 9월 권씨를 기소했고, 미국 검찰은 그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직후인 3월 23일에야 그를 정식 기소했다. 이에 따라 법률적으로는 한국이 우선권을 갖는 게 맞다.

그러나 권씨 사건은 단순한 법률 사건이 아니라 국제정치 즉 외교와도 관련된 문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몬테네그로와 미국의 방위 조약 동맹국인 한국은 이 문제와 관련, 미국의 사법권에 직접 도전하는 듯한 행위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또 미국의 송환의지도 강력하다. 미국 투자자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미국 수사당국이 금융사건에 보다 전문적인 노하우가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 주지시키며 권씨의 자산을 압수하는데 미국이 더 낫다고 한국을 설득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수사를 통해 압수한 수익금을 한국과 공유하는 방법으로 한국 검찰과 타협할 수 있다. 이는 보통 국제적인 금융사건에서 흔하게 있는 일이다.

미국은 또 지난해 11월 파산한 FTX 창업자 샘 뱅크맨프리드를 수사하고 있다. 권씨 사건을 함께 수사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 한국이 먼저 소환하고 미국으로 보낸다 : 양국이 서로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공조할 수도 있다.

한국이 먼저 권씨를 송환한 뒤 그를 다시 미국으로 보내 미국검찰이 기소하고,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권씨가 한국에 먼저 송환됨에 따라 한국 수사당국의 체면을 살리고, 실제 수사는 금융 분야에서 더욱 선진적인 수사 기법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함으로써 처벌 효과를 높여 서로가 윈윈할 수 있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다. 세계적 금융부패 사건인 1MDB 사건에서 말레이시아는 전 골드만삭스의 은행가 로저 응(Ng)을 일단 체포했다.

 

말레이시아는 이후 그를 미국으로 보냈다. 미국 검찰은 그를 기소했고, 결국 그는 미국 법원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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