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장기 침체 가능성 커져…석유·가스도 효과없다

루블화 하락에 노동력 부족 심화…전쟁으로 투자도 줄어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대(對)러 제재 등으로 인해 러시아가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석유와 가스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본격화하는 데다 '에너지 거품'이 꺼지며 러시아의 경제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적 어려움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위협이 될 만큼 심각하다는 징후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국가 세입 부족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복지와 군사 지출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딜레마가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전쟁이 2년째에 접어들고, 서방의 제재가 더욱 강해지며 러시아 경제가 저성장 궤도에 들어섰다는 징후는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는 지난해 11월 이후 달러 대비 20% 이상 하락했고, 젊은층이 전선에 투입되거나 징집을 피해 나라를 떠나며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투자 중단으로 이어졌다.

러시아 에너지 재벌 올레그 데리파스카는 러시아의 현금이 부족하다고 경고하며 "내년에는 돈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외국인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개전 직후 러시아를 떠난 전직 러시아 중앙은행 관리인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도 "러시아 경제가 장기적인 후퇴에 접어들고 있다"고 예측했다.

 

러시아가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에너지 가격에 힘입어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올해는 원유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침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게 WSJ의 평가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해 국내 총생산(GDP)은 2.1% 감소했는데, 이는 10~15% 감소할 것이라는 초기 예측치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다만 러시아의 석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는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됐고, 경유 등 석유 제품에 대한 제재도 지난달부터 시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러시아가 맞을 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지난 1월과 2월 예산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석유 및 가스 세수는 전년 대비 46% 감소한 반면, 국가 지출은 50% 이상 증가했다고 WSJ은 전했다.

또 러시아의 주력 제품인 우랄산 원유는 지난달 평균 49.56달러(약 6만4400원)에 거래됐다. 이는 브렌트유(배럴당 80달러)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비엔나 국제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바실리 아스트로프는 "러시아는 석유를 운송할 곳(판매할 곳)이 훨씬 적기 때문에 이제 세계 석유 시장에서 협상력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점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아스트로프는 "이것은 마치 소비에트 시대로 돌아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하는 것과 같다"며 "(제재로 인해 수입이 불가능한 품목을) 대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설팅 회사 리스타드 에너지는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탐사 및 생산에 대한 투자가 전쟁 전 570억 달러(약 74조1300억원)에서 올해 330억 달러(약 43조원)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와 가스 생산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2019년 하루 약 1200만 배럴이었던 러시아의 총 석유 생산량이 2035년에는 하루 700만~900만 배럴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의 마리아 샤기나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의 단기적 회복력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그림은 암울하다"며 "러시아는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스트로프 역시 "우리는 1~2년짜리 위기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러시아의 경제는 (단기 경기 침체와는) 다른 궤적을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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