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교 총격범, 정신질환에도 총기 7정 소유…불붙은 '총기 규제' 논쟁

트랜스젠더 총격범 '감정장애'로 정신과 치료

의회에 규제법률 촉구한 바이든, 유족 만난다


미국 테네시주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6명을 살해한 총격범이 정신질환에도 불구하고 총기 7정을 합법적으로 소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기 구매자 신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과 함께 총기 규제 논쟁이 재점화 되는 모양새다.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 경찰은 전날 커버넌트 스쿨에서 총기를 난사한 오드리 헤일(28)이 평소 정서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역 내 총포점에서 총기 7정을 합법적으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같은 집에 거주하던 부모도 총격범이 총기를 구매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존 드레이크 내슈빌 경찰서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부모는 헤일이 총기 1정을 사서 나중에 되판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집안에서 여러 정의 무기를 뒤늦게 발견했다고 말했다.

 

전날 오전 내슈빌의 부촌 그린힐스 소재 기독교계 사립 초등학교인 커버넌트 스쿨에서 이 학교 졸업생 헤일이 쏜 총에 맞아 학생 3명과 교직원 3명 등 총 6명이 사망했다.

헤일은 돌격소총 2정과 권총 1정을 소지한 상태에서 측면 출입구를 통해 학교에 잠입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교전을 벌이다 약 15분 만에 현장에서 사살됐다.

희생된 학생 3명은 모두 9세이며 교직원 3명 모두 60대로 확인됐다. 같은 시각 교내에 있던 학생과 교직원 108명이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건물 밖으로 탈출했으며 현재까지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헤일이 범행 당시 교내 폐쇄회로(CC)TV 및 출입구 위치가 그려진 지도를 소지했으며 추가 범행을 모의하는 내용의 '선언문'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이날 추가로 공개한 교내 CCTV 영상에는 검은색 조끼와 국방색 바지를 입고 빨간 야구모자를 눌러 쓴 헤일이 총탄으로 유리문을 부수고 학교 건물에 들어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당초 이번 사건의 총격범은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헤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본인을 남성 대명사(he)로 칭하는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추정된다고 정정했다.

경찰은 헤일의 성 정체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드레이크 서장은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해당 학교를 입학한 것에 대해 분노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커버넌트스쿨은 2001년 지역 장로교회가 설립한 사립학교로 동성애와 트랜스젠더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헤일과 같은 학교를 졸업한 애버리애나 패튼은 이날 CNN 방송에 사건 당일 헤일로부터 받은 인스타그램 메시지(DM)를 제보했다. 헤일은 DM에 "그간 충분한 단서를 남겼지만 나쁜 일이 일어나려 한다"며 "언젠가는 이해할 거다"라고 적었다.

 

교내 총기 난사로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에 미국 사회에선 또 다시 총기 규제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날 커버넌트 스쿨 밖 임시 분향소를 찾은 채드 베이커(44)는 AFP에 본인도 권총을 휴대하지만 돌격소총은 과하다며 "총기를 사는 게 꽃을 사는 것처럼 쉬워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정치판에 뛰어들었을 때 총기가 미국에서 어린아이 사망 원인 1위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연설했다. 그러면서 내슈빌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에도 백악관 연설을 통해 "총기 사고가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 이를 멈추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의회에 공격용 무기 금지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공격용 무기 규제는 지난 1994년부터 10년간 시행됐던 돌격소총 금지법을 골자로 한다. 전미사격스포츠재단(NSSF)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국 전역에 유통된 돌격소총이 2400만정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지난 1월부터 미 하원에서 공화당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면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AFP는 분석했다. 공화당은 미 수정헌법 2조를 근거로 총기 소유 및 소지 권리를 옹호해 왔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로 어린이 20명이 목숨을 잃자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끓었지만 지금까지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기사고는 교통사고를 제치고 1~19세 미국인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이에 일선 학교에서는 금속 탐지기를 설치하고 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등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교내 총기사고 근절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내슈빌에서 열린 총기규제 집회에 참석한 니나 다이슨(35·여)은 AFP에 교내 안전은 단순히 학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며 "수십년 동안 학부모들이 변화를 요구했지만 아무것보 바뀐 게 없다"고 꼬집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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