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폭로부터 마약방송·체포까지 …전두환 손자 2주간 SNS돌발 행보
- 23-03-28
전두환 일가·지인 비리 전방위 폭로…"가족들 검은 돈 썼다"
검·경, 전씨 관련 수사 착수…구속 가능성 낮아 광주행 가능성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씨(27)가 28일 입국해 경찰에 체포되면서 2주간 이어졌던 폭로와 돌발행동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전씨는 2주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도 마약 범죄의 일원이라며 투약 행위를 실시간 중계하거나 할아버지를 '학살자'라고 칭하는 등 돌발 행동을 이어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씨의 전방위적 폭로에 검·경과 군 당국도 관련 혐의 조사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당초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에게 사죄하기 위해 광주를 찾겠다는 전씨 계획은 미국에서의 마약 투약 혐의로 이날 귀국 직후 경찰에 체포되면서 연기됐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에 따라 전씨 광주 방문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의 손자들. 손자 전우원(27)씨는 지난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공개하며 가족들의 죄를 모두 알리겠다고 밝혔다.(인스타그램) |
◇ "내 할아버지는 학살자"…2주 전 SNS 폭로글
전씨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 게시글과 동영상을 통해 세간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재용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전씨는 여러 장의 가족사진과 함께 "저는 제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닌 범죄자"라고 말했다.
전씨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증거로 전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가 연희동 자택 내 스크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영상, 전 전 대통령과 어린 시절 함께 촬영한 사진도 게시했다.
그러면서 "할머니께서 연희동 자택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계좌로 학자금을 지원해줬다"며 "어머니가 연희동 자택 금고 안에 엄청난 비자금이 있다고 했다"는 주장도 내놔 파문이 일었다.
뉴욕의 모 회계법인 전략컨설팅 부서에서 일한다고 주장한 전씨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 뉴욕 현지에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인들의 범죄나 가족들의 일탈 행위를 연일 폭로했다.
전씨는 전 전대통령 딸 전효선씨의 자녀의 결혼식 사진을 게시하며 "초호화 결혼식 사진이다. 25만원밖에 없다던 전 전 대통령 가족에게 어디서 이런 행사를 할 돈이 생겼는지 의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이자 아버지인 전재용씨와 새어머니가 출처 모를 검은돈을 사용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하시고 이혼 위자료를 받았다"며 "그 돈이 정당한 돈이라면 은행에서 인출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인들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작은아버지가 운영하는 미국 와이너리에 검은돈 냄새가 난다" "떳떳한 자들은 송금할 때 본인 이름을 쓰지 남의 계좌로 보내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현금을 사용했고 주변 사람들의 계좌를 사용했다"라고 구체적인 정황을 밝히기도 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고 전두환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한 손자 전우원씨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연행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3.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 "군인 지인이 마약·성범죄"…軍 "전씨 폭로 사실관계 확인 중"
전씨는 지난 17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마약 투약 행위를 생중계해 또 한 번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마약을 하고 범죄자들을 잡겠다. 범죄자 중에 저도 있기 때문에 저부터 잡히겠다"며 "방송에서 마약을 먹어야 검사를 받고 형을 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후 방송에는 마약 추정 물질을 복용한 전씨가 몸을 휘청이고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담겼다. 전씨는 방송 직후 정신을 잃고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 폭로에 국내 수사기관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시민단체가 고발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 사건을 지난 21일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전씨 마약 방송 이후 전씨를 상대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마약 범죄는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합법국가에서 투약했더라도 국내에서 처벌을 받는다. 이 밖에 마약을 투약했다고 전씨가 폭로한 지인 중 국내에 체류 중인 2명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전씨를 체포하고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로 이송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중이다. 전씨가 LSD와 대마초 등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품을 다수 복용한 혐의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도 전씨 폭로 대상 가운데 공군 중위 2명과 관련한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앞서 전씨는 국방부 주요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현역 군인 A씨에 대해 "코카인 및 강력 마약을 사용한 중범죄자"라며 "내게 마약을 권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현역 군인 B씨와 관련해선 "사기꾼 및 성범죄자"라며 "여성들의 허락 없이 사진·동영상을 촬영한 이력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B씨는 공군 직할부대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귀국 일정을 밝혔다. (인스타그램) |
◇ 폭로 중단→ 5·18 사죄 귀국→체포까지
전씨는 마약 소동 일주일 만인 24일 SNS를 통해 퇴원 소식을 전하며 돌연 폭로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가족, 친구, 지인, 저를 아는 모든 분께 사죄 말씀드리고 싶다"며 "저 혼자 살겠다고 (폭로)하고. 저는 죄인이다. 게시물을 다 내렸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일은 안 할 것이다. 있는 돈은 다 기부하겠다"며 "마약은 다 끊었고 절대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씨는 26일 5·18기념재단에 보낸 메시지 사진 한 장을 SNS에 게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메시지에 "사죄드리고 반성하고 회개하고 싶다"며 "피해자분들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다"고 적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전씨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곧바로 귀국 일정을 공개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미국 JFK공항을 출발해 이날 오전 5시20분 인천공항에 도착 예정인 항공권을 게시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날 오전 6시50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전씨는 심정이 어떤지 묻는 말에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서 사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국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서 5 ·18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검은색 양복에 짙은 남색 넥타이를 착용한 전씨는 고개를 숙이고 지친 듯 어두운 표정이었다. 사과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는 "죄인이니까요"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저의 삶이 소중한 만큼 모든 사람의 삶이 중요하다"며 "저는 살아있지만, 그분들은 여기 계시지 않으니 저에겐 죄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방송에서 제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며 "미국에서 마약을 사용한 병원 기록이 있으니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전씨 입국 직후인 오전 6시쯤 전씨를 상대로 법원이 발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직후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 유가족과 피해자를 만나 사죄하겠다는 전씨 일정은 경찰의 구속수사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전두환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한 손자 전우원씨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연행되기 전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23.3.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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