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시티즌스 SVB 인수, 美금융위기 진정되나

미국 퍼스트 시티즌스 은행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으로 사실상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인수키로 합의함에 따라 미국발 금융위기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방은행 문제가 광범위하게 산적해 있어 미국의 금융위기가 쉽게 진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퍼스트 시티즌스 SVB 인수, 25위 은행 우뚝 : 일단 퍼스트 시티즌스는 SVB를 인수함에 따라 미국 25위 은행으로 우뚝 섰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성명을 내고 노스캐롤라이나에 기반을 둔 퍼스트 시티즌스가 SVB의 모든 자산과 예금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퍼스트 시티즌스는 총 720억 달러(약 93조6000억원)에 달하는 SVB 자산을 165억 달러에 인수한 대신 모든 고객의 예금을 떠안았다.

앞서 FDIC는 지난 9일 뱅크런의 위기에 몰린 SVB에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고 인수자를 모색해 왔었다.

첫 경매는 실패했으나 이후 진행된 협상에서 퍼스트 시티즌스가 낙점됐다. 퍼스트 시티즌스와 내셔널 뱅코프 2곳이 최종 경합을 벌이다 퍼스트 시티즌스가 결국 승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준비은행 자료에 따르면 퍼스트 시티즌스는 2022년말 현재 총자산이 1090억 달러(약 142조원)로, 미국에서 30번째로 큰 은행이었다. 그러나 이날 SVB를 인수함에 따라 자산 기준 25위 은행 안에 들게 됐다.

◇ SVB 파산으로 미국 금융위기 시작돼 : SVB는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지방은행이었다. 지역 특성상 주로 벤처 업체에 대출을 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빅테크 기업의 감원이 잇따르는 등 IT업계가 위기를 맞자 스타트업(새싹기업)에 대출해 줄 자금이 바닥나고 있었다.

이에 따라 SVB는 이달 초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두 22억5000만 달러(약 2조9700억원)의 주식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뱅크런이 발생, 결국 FDIC의 영업정지 명령을 받고 사실상 파산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시애틀의 ‘워싱턴 뮤추얼’이 파산한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은행 파산이었다. 이후 미국의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 퍼스트 리퍼블릭 파산 위험 등 첩첩산중 : 퍼스트 시티즌스의 SVB 인수로 미국 금융위기가 진정될까에 시장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지역은행 '퍼스트 리퍼블릭'이 파산위기를 맞고 있는 등 미국 금융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라고 WSJ은 전했다. 

퍼스트 리퍼블릭은 최근 미국 11대 은행들이 300억 달러(약 39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키로 했으나 올 들어 주가가 90% 폭락하는 등 아직까지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퍼스트 리퍼블릭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은행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지방은행들의 위기가 불거지자 예금자들이 지방은행에서 대거 예금을 빼내 대형은행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 유럽으로도 전염 : 이뿐 아니라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2주 전 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S)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결국 스위스 1위 은행 UBS에 인수되면서 사실상 파산했다.

 

이후 지난 주말에는 도이치은행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가 스위스를 넘어 독일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지방은행의 예금 전액을 지급 보증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미국의 금융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WSJ는 전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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