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세월이 빠르다구요?
- 23-03-27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세월이 빠르다구요?
여러해 전입니다. 어느 사적인 모임에서 어떤 분이 옆사람에게 어떤 운동을 하도록 권했습니다. 그러자 권유를 받은 분은, 그 운동을 하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망설인다고 하자 운동을 권한 분이 한 말입니다.
“아니, 시간 보내기 위해 하는 건데 시간 많이 걸리는 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그 말을 듣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운동은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고, 건강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고, 일은 삶의 의미요 목적인데 그처럼 소중하게 이용해야 할 시간을 무가치하게 보내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는 말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오직 생존해 있는 사람에게만 값지게 사용하도록 주어진 것으로, 시간의 가치는 생명을 통하여 발휘되고 생명의 가치는 시간 속에서 결실되는 것이므로 시간은 금보다 귀한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귀한 시간을 너무나 무의미하게 소진시키는 때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있는 단점들 중 하나는 아마 시간 관념의 부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약 500년전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는 백화점의 시계가 7분 늦은 것 때문에 기차를 놓친 손님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어 승소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시간을 정확하게 그리고 아끼며 사용하고 있을 때 우리 선조들은 그저 놀면서 시간 보내는 것을 상팔자라며 자랑삼고 있었습니다.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어느 선교사는 한 주민으로부터 결혼 청첩장을 받았는데, 결혼 날짜는 적혀 있었지만 시간 표시가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들의 결혼식은 한 두시간 동안 거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하객을 맞고 하객들은 그날 아무 때라도 가서 몇시간이든 머물면서 먹고 논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모 기독교 대학 총장 취임식 때였습니다. 취임식을 하기 전에 먼저 예배를 드리는데 거의 1시간이 지났고, 취임식을 시작하자 여러 순서를 한시간 반 동안 진행한 후 축사를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먼저 장로교 대표, 감리교 대표 등 각 교단 대표들의 축사와 선교사 대표들의 축사가 있은 뒤에는 문교부 장관의 축사에 이어 국립대학 총장 대표의 축사와 마지막으로 사립대학 총장 대표로 Y총장의 축사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가 축사를 하기 위해 단위에 섰을 때는 이미 식이 시작된 지 3시간 반이나 지나 하객들 중에도 지루한 나머지 책을 보거나 졸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때 Y총장은 단 한마디로 축사를 대신했습니다. “이하 동문이요!” 그러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얼마 전 한국의 어느 유명한 목사님의 사모님이 세상을 떠난 후 1주기를 맞아 추도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느 교수가 그 추도식의 순서를 하나 맡고 참석했는데 추도식이 어찌나 오래 이어지는지, 특히 거의 비슷한 내용의 추모사를 6명이나 했기 때문에 그 교수는 예정했던 오후 강의를 결강하게 되어 수십 명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행사 전반의 시간 조절이나 균형을 위해서 순서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안되는 이유는 모두가 자신을 대중 앞에 세우려는 하찮은 욕망 때문이고, 그들에게서 겸양의 미덕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사적인 욕망 때문에 수백명의 귀한 시간이 희생되고 맙니다.
미국의 명문 코넬대학 100주년 기념일날 기념식을 정확히 50분 안에 끝냈습니다. 남들은 그렇게 시간을 규모 있고 알뜰하게 이용하는데 우리는 왜 그 시간의 가치를 무시하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인생을 사랑한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오.” 왜요? 시간은 인생이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은 인생을 그만큼 단축시키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필자를 포함해서 나이든 사람들이 대부분 빠른 세월을 탓합니다마는 세월은 잘못이 없습니다. 젊어서 시간을 낭비한 우리에게 잘못이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역시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것입니다. 일류 대학 100주년 기념식을 50분에 끝내는 국민과 취임식이나 추도식에 4시간 가까이 허비하는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그 보이지 않는 벽을 하나하나 허물어 나갈 때 명실공히 부끄럽지 않은 선진국민이 될 것입니다.
**더 많은 칼럼을 보시려면 클릭 https://www.seattlen.com/column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이무상,이현숙씨 부부 페더럴웨이 한우리정원 조성위해 10만달러 기부
- “시조이야기도 참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 “한인 여러분, 챗GPT로 가게 홍보하세요”
- 바슬시 5월 아시아태평양의 달로 선포
- 광역시애틀한인회와 부천상공회의소 MOU
- 시애틀영사관, 시애틀국제영화제 특별후원
- KWA 대한부인회 올해 장학생 선발한다
- 한국학교 서북미협의회 합창대회서 코가한국학교 ‘대상’(+영상,화보)
- 조기승 회장 모친상속 14대 서북미연합회 힘찬 출발(+화보)
- 104세 생일 맞은 오리건주 최장수 신명순 할머니 생일잔치 열려
- [시애틀 수필-문해성] 글월 문, 바다 해, 별 성
- [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김철훈 목사 소고(小考-2)
- [서북미 좋은 시-이매자] 아버지의 등
- 워싱턴주 한인교계 큰별 박영희 목사 별세
- [부고] 조기승 서북미연합회 회장 모친상
- [공고] 제 35대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의소 임시이사회 및 총회
- 워싱턴주 한인그로서리협회(KAGRO) 회원 권익과 안전 위해 최선
- “한인 여러분, 핀테크를 통한 재정관리ㆍ투자 알려드립니다”
- 시애틀 한인마켓 주말세일정보(5월 3일~ 5월 6일, 5월 9일)
- 샘 심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수치심에서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 시애틀 롯데호텔 '미국 최고 호텔 7위' 올라
시애틀 뉴스
- 시애틀시 초등학교 4곳중 한곳은 문닫는다
- 워싱턴주 이젠 ‘미국 최고 좋은 주’아니다
- 보잉 737기 또?…세네갈서 여객기 활주로 이탈[영상]
- 시애틀시내 전기차 충전 이렇게 이용하면 된다
- UW 땅이 인디언과 관련돼 있다고 교수와 학교측 법정싸움
- 보잉 "또"..이스탄불서 767 앞바퀴 안내려와 동체착륙
- UW 시위대 요구에도 불구하고 "보잉과 관계단절 안할 것”
-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CEO "영업부진? 답은 결국 매장에 있다"
- FAA "보잉 787드림라이너 기록 위조 등 조사중"
- 시애틀지역 집값 12% 올랐다
- 시애틀서 주택 리스팅 가장 좋은 시기는? 지역마다 다르다
- 시애틀 이번 주말 처음으로 80도 돌파한다
- <속보> I-90서 탈출했던 얼룩말 1주일만에 발견됐다
뉴스포커스
- 틱톡서 유행하는 '김정은 새 찬양가' 영상 못 본다…국정원, 차단 계획
- 한전 1분기 영업이익 1.3조…연료비 하락에 3분기 연속 흑자
- 정부, 의대증원·배정 자료 49건 법원 제출…이르면 내주 선고 전망
- 尹 정부 3년차, 물가·민생 안정 최우선 28%…경제회복 17%
- '육아휴직 2년'에 승진도 쏜다…법령 뛰어넘는 재계 저출생 대응
- "44년이 흘렀어도 아직도 생생"…5·18 민주묘지 추모객 발길 '북적'
- '부산지법 앞 흉기 살해' 50대 유튜버 구속…"도주 우려"
- 살인사건 피의자가 명문대 '의대생'이면 생기는 일
- "국민의 요구"…거리로 나선 野6당, '채상병 특검법' 尹대통령 압박
- 정부 "외국의사, 당장 투입 안해…'의대증원' 자료 충실히 제출"
- 매출차 고작 '145억'…편의점 투톱 GS25·CU 경쟁 더 치열해진다
- 전국 아파트 입주율 63.4%…미입주 사유, '세입자 미확보' 3개월째 ↑
- 尹 '채 특검' 거부권 시사에…민주 초선들 '천막농성' 나선다
- '역대급 하자' 오룡 힐스테이트 논란에…현대엔지니어링 "깊은 사과"
- 기재차관 "배추·양배추·김 할당관세 신규 적용…김 양식장 개발"
- 아파트 24층서 생후 11개월 조카 던진 고모…母 요리하는 사이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