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번지 사는 평범한 이웃"…'러시아 간첩'으로 드러나

아르헨티나 출신 이주자로 신분 위장, 사무실엔 현금 무더기

서방서 대사 추방당한 러, 민간인 첩보 활동 확대


슬로베니아에서 부부 한 쌍이 러시아의 간첩으로 일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아 체포됐다. 부부 소유의 사무실에서는 엄청난 금액의 현금이 발견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외국 정보 당국의 제보를 토대로 지난 12월 초, 자택에서 부부를 체포했다. 자녀 2명은 사회복지시설로 인계됐다.  

부부의 이름은 마리아 메이어와 루트비히 기슈로, 2017년부터 수도 류블랴나에 정착해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각각 IT·미술 분야 사업을 운영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부부의 지인들은 이들이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아르헨티나를 떠나 유럽으로 이주했다고 알고 있었다. 또 부부가 평소 스페인어를 구사했으며 집 밖에서는 영어로 소통했다고 했다.

하지만 23일(현지시간) 탄야 파욘 슬로베니아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체포된 부부는 아르헨티나인이 아닌 러시아인이라고 밝혔다.

경찰 대변인은 "용의자들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허위 신분증으로 슬로베니아에서 거주·근무하며 비밀리에 정보를 수집했다"고 발표했다.

가디언은 부부의 사무실에서는 '세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 엄청난 액수의 현금'이 발견됐다며, 부부가 러시아 비공식 요원이나 정보원에 돈을 지불하는 자금책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소식통은 가디언에 "이 부부가 정보관이라는 사실을 모스크바가 재빨리 인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은 수감 중인 이들을 교환하기 위해 물밑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욘 장관은 23일 부부의 구금 기간을 연장하고 슬로베니아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가디언은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전역의 러시아 대사관으로 일하는 '합법적인 정보요원'을 추방해, 러시아가 불법 간첩에 의존하는 비율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슬로베니아는 솅겐 조약 대상국으로, 유럽 내 많은 국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 반해 간첩 방지 환경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첩이 활동하기 완벽한 기지였던 셈이다.

이웃 12명은 가디언에 부부가 체포된 후에도 "35번지에 사는 매우 평범한 사람이었다"며 "그가 스파이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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