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 주인공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 별세…향년 94세

"집적회로 트랜지스터 수 2년마다 2배씩 증가할 것" 예상

로버트 노이스와 함께 1968년 인텔 창업해 초창기 반도체 성장 견인


반도체 업계에서 '무어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고든 무어 인텔 공동창업자가 별세했다. 향년 94세.

무어의 법칙이란 1965년 그가 반도체 집적 회로의 트랜지스터 수가 2년마다 약 두 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을 말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텔과 고든 앤드 베티 무어 재단은 무어가 하와이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968년 동료 로버트 노이스와 함께 인텔을 공동 창업한 무어는 전 세계 개인용 컴퓨터의 80%에 '인텔 인사이드' 프로세서가 탑재되는 데 기여한 기술계의 거장이자 엔지니어다.

그는 PC 혁명 20년 전이자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기 40여년 전 넌문에서 "집적 회로는 가정용 컴퓨터에 연결된 단말기와 자동차용 자동 제어 장치, 개인 휴대용 통신 장비와 같은 경이로움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무어의 이론이 발표된 이후 반도체는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효율적이고 저렴해져 반세기 동안 전 세계 기술 발전의 대부분을 주도했다. 그리고 개인용 컴퓨터 기업뿐 아니라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같은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이 등장하느 데 기여했다.

무어는 2005년경 인터뷰에서 "적절한 때에 적절한 곳에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라며 "초창기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건 정말 운좋은 일이었다.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단 한 번도 만들지 못하던 시절에서 칩 하나에 17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넣는 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정말 경이롭다"고 발언했다.

최근 몇 년간 엔비디아 등 인텔의 경쟁 업체들은 반도체의 집적도 향상 속도가 느려지면서 무어의 법칙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인텔은 최근 제조상의 어려움으로 시장 점유율을 어느 정도 잃어버렸지만, 인텔의 현 최고경영자(CEO)인 팻 겔싱어는 무어의 법칙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출신인 무어는 1954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화학과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로버트 노이스를 만나 인텔 창업을 구상했다. 두 사람은 1957년 회사를 떠나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설립했고 1968년 인텔을 차렸다.

노이스가 반도체 공학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이론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면, 무어는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수많은 시간을 들여 트랜지스터를 만졌고, 노이스의 광범위한 아이디어를 다듬는 데 집중했다.

로이터는 무어의 뛰어난 재능이 함께 일하는 기술자들에게도 영감을 주었고, 무어와 노이스의 리더십 아래 인텔이 PC 혁명의 길을 연 마이크로프로세스를 발명했다고 설명했다.

무어는 1979년부터 1987년까지 인텔 회장과 CEO를 겸임했으며 1997년까지 회장직을 유지했다.

올해 포브스는 무어의 순자산을 72억달러(약 9조3600억원)로 추산했다.

무어는 은퇴 후 2000년 아내 베티 무어 여사와 함께 환경 문제에 초첨을 맞춘 복지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무어가 약 50억달러 규모의 인텔 주식을 기부한 금액으로 꾸려져 아마존 강 유역 등의 하천 보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02년 무어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민간인의 최대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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