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론 머스크’서 범죄자 전락한 권도형, 검경 끈질긴 1년의 추적

 

싱가포르→UAE→세르비아→몬테네그로 1년간 도피생활
'한 고비' 넘긴 검찰, 권도형 송환 시 루나·테라 수사 속도낼 듯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되면서 '테라(UST)·루나' 폭락 사태의 진실이 밝혀질 지 주목된다.

특히 그가 국내로 송환된다면 답보 상태였던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권 대표가 미국에서도 8가지 혐의로 기소돼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인도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한때 '한국의 일론 머스크' '천재 개발자'로 불렸던 권 대표가 국내는 물론 해외 법망에도 걸린 '국제 사기범'으로 전락한 셈이다.

◇ 포브스 '아시아 리더'까지 선정됐던 권도형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권 대표는 2018년 테라폼랩스를 설립해 테라를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 8위까지 올렸다. 당시 그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찬사는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해 5월 가상화폐 시장이 휘청거리며 1달러 페깅(고정)이 무너지자 시가총액 51조원에 달했던 루나·테라의 가격이 99% 폭락하며 단 72시간 만에 증발했다. 연동된 루나 가치도 0원에 수렴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28만명의 피해자를 양산했다. 추정 피해액은 5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투자자들이 사기와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권 대표를 고소했다. 검찰은 때마침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에 1호 사건으로 '테라·루나 사건'을 배정하며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권 대표가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해 4월 말 해외로 도피하자 검찰은 인터폴과 공조해 권 대표의 소재 확인, 신병 확보를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가상자산인 테라·루나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 창립 멤버인 니콜라스 플라티아스, 직원 한모씨 등 관계자 6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지난달에는 단성한 합수단장이 세르비아로 출국해 현지 검경과 법무부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은닉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950억원을 동결한 뒤 지난해 10월에는 여권 무효화 조치도 완료했다.

검찰은 권 대표가 직원에게 테라의 시세를 의도적으로 조종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메신저 대화도 확보해 투자자를 속인 혐의도 적용했다. 가상화폐는 시세가 급등락하는 특징을 보이지만 권 대표는 그동안 테라와 루나가 이같은 불안정성을 극복했다고 홍보해 왔다. 검찰은 이런 홍보가 허구라고 보고 있다.

권 대표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등 관계자 수사에도 집중했다.

검찰은 루나와 테라의 거래량을 높여 14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 신 전 대표의 영장을 청구하고 지난 24일 차이코퍼레이션을 압수수색했다.

신 전 대표는 루나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테라를 홍보하며 차이코퍼레이션이 보유한 고객정보와 자금을 이용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도 받는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檢 '국내 송환·신 대표 구속·증권성 성립' 집중

검찰 수사는 검거에 성공하면서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송환부터 혐의 입증까지는 험난한 경로가 예상된다.

검찰은 블록체인에 기록된 전자지갑의 암호화폐 거래내역을 분석하고 테라폼랩스 관계자의 사무실과 거주지, 암호화폐 거래소, 차이코퍼레이션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신 전 대표를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계속 기각되며 수사는 답보 상태였다.

검찰은 법무부를 통해 몬테네그로 측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는 등 권 대표의 국내 송환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4일 차이코퍼레이션을 재차 압수수색한 검찰은 신 전 대표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수사를 이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권 대표가 국내로 송환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권 대표가 비트코인 1만개 이상을 빼돌려 현금화한 뒤 스위스 소재 은행에 현금으로 예치 중이라며 그를 사기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미국 검찰도 권 대표가 체포됐다고 알려진 지 몇 시간 후 증권 사기, 상품 사기, 전신 사기 등 모두 8가지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권 대표를 미국으로 보낼 것인지, 한국으로 보낼 것인지는 몬테네그로 정부가 결정하게 된다.

국내로 송환되더라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 여부도 넘어야 할 산이다. 가상화폐의 '증권성'이 성립돼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재현 한국형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시장법이 루나·테라와 같은 알트코인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에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권 대표의 국내 송환에 대해 "권 대표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점과 루나·테라가 인터넷에서 거래되고 전 세계에 피해자가 존재하는 만큼 배타적 관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범죄인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몬테네그로가 아닌 미국을 잘 설득해야 한다"며 "범죄인 인도의 상호호혜 원칙을 생각할 때 미국을 잘 설득해서 형사사법주권을 지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일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위치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모습. 2022.5.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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