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물가와 금융 안정 사이 줄타기…지속가능성 의문"

WSJ 진단…"서로 다른 도구로 분리하지 쉽지 않은 현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사이 벌이는 위험한 줄타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평가했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은행 불안문제를 인지하고 예의 주시한다면서도 금리 인상을 단행해 4.75~5%로 끌어 올렸다.

최근 2주 사이 불어 닥친 은행 파산 공포에 연준은 긴급조치를 통해 시중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파산 은행에 대해 예금 전액을 보장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는 이유에서 금융 불안에도 금리 인상을 밀어 부쳤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으로 잡고, 은행 불안은 다른 지원도구를 통해 잡을 수 있는 서로 다른 작업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두 작업은 그렇게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고 WSJ는 지적했다.

금리가 오르면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금융기관은 대출금리를 높여 대출이 감소한다. 이 과정에서 규제를 덜 받는 기관들은 리스크를 높은 대출로 파산할 위험이 커져 연준이 의도한 것보다 더 큰 압박을 경제에 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연준은 "무언가가 붕괴할 때까지 긴축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22일 연준은 무언가를 붕괴하고 있음을 인정했다고 WSJ는 평가했다. 연준은 갑자기 불거진 은행 불안에 따른 신용 경색으로 성장률 전망을 올해 0.5%에서 0.4%로 내년1.6%에서 1.2%로 낮췄다.

문제는 연준이 과잉 대응할 위험과 금융 시스템이 예상보다 더 취약할 위험이라고 WSJ는 경고했다.

실리콘밸리뱅크(SVB)가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로 파산한 은행에 등극하기 전 연준은 금리 인상폭을 0.5%p로 놀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SVB발 은행 불안으로 연준은 금리를 0.25%p 높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고립적 문제에 불과해 금리를 더 많이 올리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다시 뒤쳐질 수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또 다른 위험은 금융시스템이 연준 인식보다 더 취약하고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올려서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SVB는 정보기술(IT) 특화은행이었지만 지역에 다른 은행들도 보증한도를 넘는 예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미실현 채권손실도 상당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로 인해 위험해 보이는 중소 은행 예금은 대형은행 혹은 수익률이 높은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하는 것이다.

2007년 금융위기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몇 주 동안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가 아니라 긴급 단기자금 적용금리인 재할인율을 낮춰 금융 안정성 도구와 통화정책의 분리를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모기지 위기는 악화했고 결국 몇 달 안에 연준은 통화완화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현재 금융시스템이 15년 전 만큼 취약하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을 분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고 WSJ는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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