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수필-문해성] 특별한 커피 한잔
- 21-01-25
문해성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특별한 커피 한잔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기려나. 정초부터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고 보니 세상이 달리 보인다. 그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온종일 나를 사로잡는다. 고맙다고 인사라도 전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더 고맙고 행복하다. 매일 쏟아지는 어두운 뉴스 속에서 가끔 들려오는 누군가의 선행은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커피를 주문하고 값을 치르려는데 생각지도 못한 소리를 들었다. 앞 사람이 내 커피값을 이미 지급했다는 것이다. 나와는 얼굴 한번 마주친 적이 없는 사람이. 앞 사람이 뒷사람의 커피나 음식값을 내주는 일이 있다고 얼핏 들은 적은 있다. 그런데 오늘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얼떨결에 받아 든 특별한 커피 한잔, 그 향이 깊숙하게 파고 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자기 자신을 돌보기도 힘든 요즘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지갑을 열었던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한다. 단지 한 잔의 커피라고 하기에는 그 울림이 너무 크다. 커피 한 잔 값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행복이다. 아주 소소한 것이 사람을 이렇게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나도 멈출 수 없다. 그 사람처럼 내가 베풀면 다음 누군가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그 다음의 누군가도 또…. 그렇게 훈훈한 마음이 행복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가는 따뜻한 세상을 그려 본다.
커피 한 잔의 배려가 기부를 생각하게 한다. 컴퓨터 자판에 기부라고 쳤다. 그러자 그 뜻과 방법, 기부 기관들이 수없이 화면에 떴다.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기부의 방법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가 제3국 어린이에게 가는 자동 기부, 댓글 개수나 리트윗 개수에 따라 기부가 되는 소셜 기부, 재능기부, 포인트 기부 등 참 다양하다. 그러나 기부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 같다.
내 이름으로 기부를 한 적이 있었던가. 새해가 될 때마다 세웠던 많은 계획과 목표 중에도 기부가 들어있지 않았다. 기부는 여유 있는 사람이 좋은 일에 큰돈을 후원하는 것쯤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최근 커뮤니티 일간지에서 불우이웃 돕기 성금에 대한 글을 읽었다.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얼마를 내야 하지? 적은 금액을 내자니 왠지 부끄럽고 큰 금액을 내기에는 부담이 갔다.
그렇다고 기부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가 속한 단체에서 하는 기부에는 열심히 참여했다. 이름이나 금액을 굳이 밝힐 필요가 없어서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것은 남들 따라 그냥 무심코 한 행동에 불과했다. 마음이 담기지 않는 허울뿐인 기부였다.
내가 의식을 가지고 하는 기부도 있다. 현금 기부는 주저하게 되지만 식료품 기부에는 선뜻 마음이 간다. 먹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이 기부는 꼭 필요해 보였다. 미국에 살면서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해왔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배고픈 사람이 있다는 게 슬퍼서이다. 먹을 것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식료품을 사서 그것을 놓고 올 때면 마음이 뿌듯하다. 거리에서 구걸하는 홈리스에게 돈은 주지 않지만, 먹을 것과 음료수는 건넨다.
해오면서도 썩 믿음이 가지 않았던 기부도 있다. 애완동물 가게에서 강아지에게 줄 음식들을 사고 계산을 하는데 점원이 물었다. 유기견을 돕는데 5불을 기부하지 않겠느냐고. 크지 않은 금액과 유기견이란 말에 예스, 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매번 마음 한쪽에 그 돈이 정말 제대로 전해질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불쌍한 유기견을 잘 돌봐주기를 바라면서 믿기로 했다.
기부는 내가 사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서로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는, 배려하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커피 한 잔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 한 그 사람처럼 나도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세상에 누구도 혼자만 잘살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절실하게 느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은 너와 내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아직 새해를 시작하는 첫 달이다. 올해 계획 중에 기부도 넣어야겠다.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내린다. 이런 날에는 바닐라 향에 달콤한 카페라테 생각이 간절하다. 커피를 마시러 집을 나섰다. 이미 드라이브 스루로 커피를 주문하려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내 커피값을 내주었던 이름 모를 그 사람처럼 나도 뒷사람의 커피값을 내주고 싶다. 내가 받은 기분 좋은 행복 바이러스가 누군가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며 카드를 건넨다.
“뒷사람 커피값도 계산해 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UW 한인 이수인교수 삼성호암상 받았다
- [하이킹 정보] 시애틀산우회 1일 토요정기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2박3일 캠핑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1일 토요산행
- <속보>아동성폭행 타코마 한인군인, 택시기사 살해혐의로도 기소돼
- 600명 ‘코리아 나이트’서 스트레스 확 날렸다(+영상,화보)
- K-SCAN 한인상공인 길잡이 역할 돋보인다
- [화보] 코리아나이트 신나고 재미있었다
- 벨뷰통합한국학교 전통혼례식 "참 멋있어요"(+영상,화보)
- “FWYSO 봄 연주회에 한인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UW동아시아도서관, 김봉준 작가 초청 행사
- [기고-샘 심] 제44선거구 워싱턴주 하원의원에 출마하는 이유
- 오리건 한인, 어머니 숨지게 한 양로원에 1,000만달러 소송
- 한국 유명베이커리 파리바게뜨, 린우드점 드디어 내일 오픈한다
- [서북미 좋은 시-이춘혜] 나그네 길에 길동무
- 샘 심 시애틀한인회 부회장도 워싱턴주 하원 출마한다
- 시애틀 영사관, 중소벤처기업 지원협의체 개최
- 한인2세들이 시애틀 영자신문 인수했다
- 미국프로축구 열린 시애틀 축구장서도 "Korea"
- 코리아나이트 행사 전‘코리안 푸드트럭’운영
- 시애틀영사관 청사 경비 및 청소용역 입찰
시애틀 뉴스
- 워싱턴주 차나 주택 보험 왜이리 비싼가? "보험료 인상이유 밝혀라”
- 시애틀경찰국장은 ‘파리목숨’인가? 디아즈 국장 해임 놓고 논란
- 아마존 드론 장거리 배송 승인 얻었다
- 애드리언 디아즈 시애틀 경찰국장 잘렸다
- 시애틀지역 집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 워싱턴주 10대 소년 하이킹중 400피트 절벽 아래로 추락했는데 경미한 상처만
- 빌 게이츠 전처 멀린다, 여성 인권단체에 10억달러 기부
- 시애틀지역 정신질환자 자연환경서 치료한다
- 시애틀서 가족부양하기 전국 '탑5'
- 시애틀지역 주민들 여행 선호지가 바뀌고 있다
- 시애틀 유명 정치로비회사 파산 모면했다
- 미국 대선 앞두고 국가부채 '부각'…"10년물 국채금리 10%"
- 한국 유명베이커리 파리바게뜨, 린우드점 드디어 내일 오픈한다
뉴스포커스
- '주점 간판' 달고 불법 게임장 운영한 30대 우즈벡 여성 체포
- 라운드 예약도 앱으로 손쉽게…선호도 1위는 '카카오골프예약'
- "때려죽일…누굴 가르친다고" 얼차려 사망 동료 훈련병 父 분노
- 野 "22대 국회 '해병대원 특검법' 재발의 촉구…반드시 통과 시킬 것"
- “의사는 자기 역할에 충실한 전문가일 뿐…돌아올 명분 달라”
- 홍준표 "SK가 통신 재벌로 큰 건 노태우 덕…1조4천억 정도는 각오해야"
- 전 육군훈련소장 "'훈련병 얼차려 사망' 전적으로 군 잘못"
- 국힘, 금투세·종부세 '감세카드'로 반전 노린다
- '구속 송치' 김호중 운명 가른 결정적 순간
- '尹 축하난' 거절 인증 릴레이 시끌…"난이 무슨 죄"
- 김정숙 여사, 文전용기 인도 순방때 '기내식 6292만원'
- '명품백' 최재영 11시간여 2차 조사…"김 여사, 대통령실·보훈처 직원 연결"
- SK 흘러간 '노태우 비자금'…국고환수 대신 노소영 몫, 왜?
- 이성윤, 김건희 7대의혹 '종합특검법' 발의…도움 준 공무원도 수사
- 정부 "오늘부터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복귀시 불이익 최소화"
- 최태원 1.4조 어디서 마련하나…'세기의 이혼'에 SK 지배구조 영향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