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폭발 직전으로 내몰았다"…극우 르펜, 마크롱 직격
- 23-03-22
"민주주의 원칙 깨져"…"국민 뺨 두 번이나 때려"
우크라戰 "무기 원조 중단…평화회담 개최해야"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사진 오른쪽)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강행해 프랑스 사회를 분열 직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르펜 의원은 21일(현지시간) 파리 의원사무실에서 AFP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가 사회적 분열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만들고 있는데 마치 분열을 바라는 것 같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어 르펜 의원은 지난해 9월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게 연금개혁 법안이 의회 표결 없이 통과된다면 성난 지지자들을 제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르펜 의원은 "나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른 불을 끄는 데 두 번 다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졌을 때 자신이 '소방수' 역할을 했다는 게 르펜 의원의 설명이다.
2018년 10월 마크롱 대통령이 유류세 인상안을 발표하자 화물차 운전자 등을 중심으로 노란 조끼를 입고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빗발쳤다. 사고에 대비해 차량에 의무적으로 비치하도록 한 노란 조끼는 생계형 운전자들의 상징이 됐고 결국 이듬해 인상안은 철회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6일 프랑스 헌법 특별 조항을 발동해 하원 표결을 생략하고 연금개혁 법안을 대통령 직권으로 입법한다고 발표하자 프랑스는 제2의 '노란 조끼'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연금 수령 시기가 2년 늦춰진 데 대해 분노한 시민들은 전국 주요 도시에 집결해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제럴드 다르마닌 내무장관은 16일부터 이날까지 전국에서 1200여개의 시위가 벌어졌으며 경찰관 94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전날 밤 파리, 디종, 스트라스부르 등지에서 폭력과 방화를 일삼은 시위대 300명을 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혼란이 이어진 데 대해 르펜 의원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프랑스 국민들은 분노, 굴욕과 함께 민주주의 원칙이 깨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르펜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22일 예정된 TV 인터뷰를 앞두고 보른 총리 해임과 내각 쇄신 요구에 대해 선을 긋고 의회 해산이나 국민투표를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르펜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두 번이나 국민의 뺨을 때렸다며 "헌법 특별조항을 때린 뒤 국민들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두 번째 뺨을 때리기로 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의회 해산도, 개각도, 법안 철회도 없었다"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밀어붙이는 게 마크롱 정부의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르펜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의 TV 인터뷰가 연금 개혁 법안의 영향을 받는 대다수 국민이 직장에 있을 오후 1시에 시작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프랑스는 통제 불능의 나라가 아니다. 다만 국민들의 여론에 반해 통치된 나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40년 동안 국민들은 이민 정책이 중단되기를 원했지만 오히려 가속화됐다"고 덧붙였다.
정치 평론가들은 르펜 의원이 연금개혁 강행으로 촉발된 국민의 분노를 기반으로 정치적 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르펜 의원이 평소 국민투표를 적극 주창해왔기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패싱'과 대비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르펜 의원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 출마하면서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회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번 연금개혁 법안에 대해서도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자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의 3분의 2가 연금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민투표로 끌고 갈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승산이 없다고 AFP는 내다봤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 방안도 논의됐다. 르펜 의원은 프랑스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공격용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다며 군사 원조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이러한 무기 지원이 "분쟁을 세계대전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을 "평화의 수호자"라며 "프랑스의 역할은 평화회담을 개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르펜 의원은 이웃 국가 공격이 가능한 무기를 제외한 "방어용 무기나 방공 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건 찬성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아울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기쁠 것 같지만 러시아를 막기 위해 프랑스가 전쟁에 뛰어드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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