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러 첫날 푸틴과 4시간 반 '비공개' 회담…美, '中 견제'

 

시진핑-푸틴, 비공개 우크라이나 상황 논의…21일 공식 정상회담

 

러, 中 평화 제안 환영…美 "러군의 완전한 철수" 촉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우크라이나 개전 이래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면 회담을 진행한 가운데, 양국 정상은 장장 4시간반 가량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에서 근 1년간 어느 국가도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한 평화를 중재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모스크바에 도착했는데, 서방은 중국의 의도에 대해 의심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도 신중을 기하고 있어 중국이 앞으로 이곳에서 어떠한 메시지를 내보낼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종합하면 시 주석은 현지시간으로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 오후 4시 반부터 9시까지 약 4시간반 동안 푸틴 대통령과 일대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의 도착에 맞춰 성명을 내고 "중러는 산과 강으로 연결된 우호적인 이웃국가다. 양측은 블록과의 비동맹, 비대립, 제3자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입각해 양자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켜 새로운 유형의 대국관계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은 풍부한 성과를 거두고 중러간 신시대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 푸틴, 시진핑에 '친애하는 친구'...中 평화 제안 '환영'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중국의 의지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되기 전 공개발언에서 시 주석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칭하며 "우크라이나의 중대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한 항목을 주의 깊게 살폈다. 우리는 중국 측의 이니셔티브를 비롯해 관련 문제를 모두 논의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별도의 언급 없이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중국 주석직의 연임 후 첫 국빈 방문으로 러시아에 오게 돼 기쁘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의 대면 만남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만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시 주석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지난해 2월 푸틴 대통령과 중러 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중러의 전략 협력은 흔들림 없는 과거이자 현재, 미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약 1년의 시간이 흘렀고 우크라이나에서 수세에 몰린 푸틴은 그 어느때보다도 돌파구를 위해 시 주석의 도움이 간절하다. 전쟁이 푸틴의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고, 그렇다고 물러서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푸틴에게 자칫하면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막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휴전' 카드를 꺼내들고 있는데, 러우에 핵심 요구사항으로 영토 보전 존중, 사격·전투 중지와 평화 회담 시작 등이 있다.

 

◇ 中, 국제사회 중재자 역할에 서방 '견제'…美 "시간 끌기위한 의도"

서방은 중국의 중재 역할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이 평화 중재안을 거론해 시간을 끄는동안 러시아군이 재정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외교에는 찬성하지만, 중국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면서 "이 중요한 원칙을 우선시하지 않는 모든 계획은 기껏해야 시간을 끌기위한 전술이지, 건설적인 외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중재안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완전히 철수해야한다는 입장을 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할 필요성에 대해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압박할 것을 촉구한다. 세계와 중국의 이웃 국가들은 분명히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평화 제안을 반대하는 이유를 놓고 국제사회에서 중재자 역할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명확해지자 이를 견제하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은 최근 중동의 앙숙으로 평가받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간 외교 정상화 합의를 이뤄낸 바 있다.

 

◇ "中, 결국 자국 이익 관심…반도체 수출, 값싼 석유 수입"

서방 전문가들은 현재로서 중국이 '평화'보다는 러시아와 밀착함으로써 자국에 어떤 이익이 돌아올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알렉산드르 가베프 선임연구원은 중러 정상회담은 본질적으로 중국이 주장하는 평화와는 정반대로 움직일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면서 "착각해서는 안된다. 시진핑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진정으로 평화를 중재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중국에 이익이 될 러시아와의 관계를 심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그렇다면 중러 관계에 있어 시진핑이 중국에 이롭다고 생각하는 관계는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경제적인 부분은 쉽다. 서방이 러시아의 의존도를 낮춘다면 중국은 저렴한 가격으로 석유와 가스를 구매할 수 있다. 서방에서 더 이상 구매할 수 없는 반도체 같은 상품을 러시아에 공급하는 것도 중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정말 민감한 질문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포탄과 미사일 등 무기를 지원해달라고 중국에 요청하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달 중국이 살상무기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는데, 푸틴과 시진핑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는 철저하게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FT는 지적했다.

FT는 "모스크바에서 시진핑과 푸틴이 함께 찍은 사진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똘똘 뭉쳤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려 한다는 이야기부터 시 주석이 러우에 휴전을 설득할 것이란 전망까지, 각종 설이 난무한 가운데 양국 정상간 공식 회담이 이날(21일) 예정돼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 어떠한 극적 돌파구를 꾀할지 세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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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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