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마지막 날이 다가옵니다
- 21-01-25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마지막 날이 다가옵니다
고아로 자라 많이 배우지도 못한 채 시집을 간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시집에서는 독자 아들을 홀어머니가 키웠고 건물주로 제법 잘 살고 있었습니다. 시가에서는 근본도 없고 배우지도 못했으며 부모도 없는 그런 사람을 며느리로 맞을 수 없다고 극구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끝내 그 여자와 결혼을 했고 아들까지 낳았습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단 한 푼도 도와줄 수 없다고 선언한 뒤 자신의 빌라에서 신혼을 시작한 아들네로부터 월세를 꼬박꼬박 받아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웠습니다.
첫 아이를 낳고 일을 갔다 오는 길에 군고구마를 파는 포장마차 앞을 지나는데 달콤한 군고구마 냄새에 너무 먹고 싶어 안으로 들어갔으나 아이 분유 값도 없는데 싶어 나왔습니다.
잠시 후 주인 할아버지가 봉지 가득히 군고구마를 담아 그 여인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깜짝 놀라 사양하자 할아버지는 “괜찮아요, 어차피 일을 마감하려고 했는데 나는 이거 질려서 못 먹어요. 그러니 부담없이 가지고 가서 먹어요”하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뜻밖의 사랑에 감동해 눈시울을 붉히며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주고 자신도 먹으며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군고구마 포장마차가 사라지고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걱정이 돼 수소문해 그 할아버지 집을 찾아갔더니 몸이 힘들어 그만두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여인은 “할아버지, 그러시다면 군고구마 기계를 저에게 파세요. 제가 한번 해보고 싶어요” 하니 “그렇게 하시오. 대신 팔지는 않을 테니 그냥 가지고 가서 잘 해보시오. 그리고 고구마는 우리 밭에서 많이 나오니 와서 받아 가시오”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의 집에 아기를 맡겨 놓고 일을 다는 것보다 빌라 앞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것이 훨씬 수입이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건물주인 시어머니가 고구마기계를 빼앗아 가버리고 허락도 없이 남의 집 앞에서 장사를 한다고 야단을 쳤습니다. 착한 여인은 할아버지가 혼자 병들어 계시니 감사한 마음에 정성껏 죽을 끓여 대접해드리고 힘을 다해 챙겨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이 여인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 주었습니다. 그것은 할아버지의 전 재산목록이었습니다. “내가 이제 얼마 못살 것 같은데 이것을 받아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보시오. 내 땅이 수 만평은 되니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에는 부족함이 없을거요”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얼마 안돼 그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그 착한 부부는 친아버지처럼 장례를 잘 치러드렸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돼 그렇게 독하게 살던 시어머니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졸지에 가난뱅이 부부는 할아버지 재산과 어머니 재산을 상속받아 거부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한 치 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인생 말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인생을 마감하고 그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아야 하겠습니까? 슬프게도 우리는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는 이 땅에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를 못합니다. 달랑 옷 한 벌 입고 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그렇게도 애지중지 소중하게 여기던 그 모든 것들을 어떻게 이 땅에 남기고 가야 하겠습니까? 우리는 군고구마 장사를 하던 할아버지와 건물주 시어머니를 보았습니다.
과연 남은 삶을 누구처럼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불행하게도 대부분 사람들은 후자와 같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가졌다고 갑질하며 그렇게 어리석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밤에라도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모든 것을 다 놓고 빈 손 들고 가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우리는 중국 무술배우 주윤발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재산이 무려 8,000만 달러나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 재산을 다 내어 놓았습니다. 재물을 많이 가진 것은 가지지 못한 분들에게 빚진 것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참으로 멋진 사람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계절입니다. 그렇게도 많던 달력의 날짜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다 지나가고 역사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그 날들이 어느 한순간 우리 앞에서 멈춰 서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남은 삶은 보람 있고 자랑스러운 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2박3일 캠핑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1일 토요산행
- <속보>아동성폭행 타코마 한인군인, 택시기사 살해혐의로도 기소돼
- 600명 ‘코리아 나이트’서 스트레스 확 날렸다(+영상,화보)
- K-SCAN 한인상공인 길잡이 역할 돋보인다
- [화보] 코리아나이트 신나고 재미있었다
- 벨뷰통합한국학교 전통혼례식 "참 멋있어요"(+영상,화보)
- “FWYSO 봄 연주회에 한인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UW동아시아도서관, 김봉준 작가 초청 행사
- [기고-샘 심] 제44선거구 워싱턴주 하원의원에 출마하는 이유
- 오리건 한인, 어머니 숨지게 한 양로원에 1,000만달러 소송
- 한국 유명베이커리 파리바게뜨, 린우드점 드디어 내일 오픈한다
- [서북미 좋은 시-이춘혜] 나그네 길에 길동무
- 샘 심 시애틀한인회 부회장도 워싱턴주 하원 출마한다
- 시애틀 영사관, 중소벤처기업 지원협의체 개최
- 한인2세들이 시애틀 영자신문 인수했다
- 미국프로축구 열린 시애틀 축구장서도 "Korea"
- 코리아나이트 행사 전‘코리안 푸드트럭’운영
- 시애틀영사관 청사 경비 및 청소용역 입찰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시애틀산악회 25일 토요산행
- [하이킹 정보] 워싱턴주 대한산악회 25일 토요산행
시애틀 뉴스
- 애드리언 디아즈 시애틀 경찰국장 잘렸다
- 시애틀지역 집값도 큰 폭으로 올랐다
- 워싱턴주 10대 소년 하이킹중 400피트 절벽 아래로 추락했는데 경미한 상처만
- 빌 게이츠 전처 멀린다, 여성 인권단체에 10억달러 기부
- 시애틀지역 정신질환자 자연환경서 치료한다
- 시애틀서 가족부양하기 전국 '탑5'
- 시애틀지역 주민들 여행 선호지가 바뀌고 있다
- 시애틀 유명 정치로비회사 파산 모면했다
- 미국 대선 앞두고 국가부채 '부각'…"10년물 국채금리 10%"
- 한국 유명베이커리 파리바게뜨, 린우드점 드디어 내일 오픈한다
- 이런 사람이 시의원이었다니…50대 전 바슬시의원, 20살 여자친구 살해
- 시애틀 여름축제 서막 '프리몬트 페어' 다음 달에
- “아번경찰관 총격은 정당방위 아니다”
뉴스포커스
- '尹 축하난' 거절 인증 릴레이 시끌…"난이 무슨 죄"
- 김정숙 여사, 文전용기 인도 순방때 '기내식 6292만원'
- '명품백' 최재영 11시간여 2차 조사…"김 여사, 대통령실·보훈처 직원 연결"
- SK 흘러간 '노태우 비자금'…국고환수 대신 노소영 몫, 왜?
- 이성윤, 김건희 7대의혹 '종합특검법' 발의…도움 준 공무원도 수사
- 정부 "오늘부터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복귀시 불이익 최소화"
- 최태원 1.4조 어디서 마련하나…'세기의 이혼'에 SK 지배구조 영향권 2
- 매일 '159명' 담배로 사망…'흡연천국'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
- 8월부터 '성범죄 전과자' 운전학원 강사 자격 취득 못한다
- 전세사기법 개정 '청신호'…피해자단체 "정부대안, 정상 작동땐 일부 수용"
- 급등한 집값 'MB 시절'로 되돌리면, 혼인건수 25% 증가한다
- '돈봉투 의혹' 송영길, 163일 만에 석방…"무죄 입증할 것"
- "길, 김호중과 1~3차 함께"…스크린 골프장→식당 이동 CCTV 포착
- "최태원, 노소영에 1조3808억 현금으로 지급해야"…역대 최고액
- '文 전 사위' 수사 중앙지검 이관?…전주지검 "바뀌는 거 없다" 일축
- 내년 대학 무전공 선발 총 3만 7935명…2만 8010명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