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연준 책임론'…NYT "1년 전부터 SVB 문제 알고 있었다"

최근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문제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1년 전부터 알면서도 제대로 강력히 조치하지 않았다고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NYT는 또 단순히 관리 부실을 넘어서서 은행 경영자가 지역 중앙은행 이사회에 참석한 이해충돌의 문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지나친 규제 완화 허용 등도 연준의 문제로 짚었다.   

기사에 따르면 연준은 2021년부터 SVB에 현금 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SVB를 감독했던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감독관들이 문제 발생 시 현금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수차례 보냈다. 하지만 은행은 지적 사항을 고치지 않았고 2022년 7월, 연은의 심층 검토 대상이 되었다.

이 검토에서도 은행의 거버넌스와 통제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인수합병 등으로 은행 몸집을 불리는 것을 막는 일련의 제재가 가해졌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SVB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경우에 대한 모델링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SVB 경영진은 금리가 높아져 이자 수입이 증가하면 자신들의 재정 상황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었지만, 이는 잘못된 가정이었다.

2023년 초에는 SVB에 대한 리스크 관리력 평가가 시작됐다. 이 검사에서도 추가적인 결함이 발견됐지만 이미 SVB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지난 10일 SVB는 파산했다. 

금융 규제 전문가이자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연준 역사학자인 피터 콘티 브라운은 이번 사태가 '감독의 실패'인데 "우리가 모르는 것은 그것이 감독관들의 실패였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수차례 문제를 지적당했지만 이를 무시한 근본에는 사람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일부가 그레그 베커 SVB 최고경영자(CEO)가 3월10일까지 샌프란시스코 연은 이사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사회 구성원들이 은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주)은 18일 트위터에 "SVB 파산의 가장 황당한 측면 중 하나는 CEO가 규제를 담당하는 같은 기관의 이사였다는 것"이라면서 "빅뱅크 CEO들이 연준 이사회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이러한 이해충돌을 끝내기 위한 법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나치게 규제완화를 허용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준 감독부문 부의장을 지낸 랜달 K. 콰레스는 2008년 금융위기로 강화됐던 법을 다시 완화하는 법을 시행토록 했다. 이 법안은 같은 연준 위원들로부터도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파월 의장은 규제 문제 담당자인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이에 찬성했다. 

최근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메사추세츠주)은 SVB 사태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청했고 파월 의장이 이 조사에 관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서한에서 파월 의장이 "은행 규제와 관련된 오랜 실패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썼다.

연준은 마이클 바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이 SVB에 대한 연준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놓고 내부 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는 오는 5월1일 나온다. 미국 의회도 조사에 나서서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오는 29일 SVB 파산 관련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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