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완전 부정"…프랑스 연금개혁 강행에 전역서 시위 '격화'
- 23-03-17
마크롱, 의회 건너뛰고 정년 연장 골자 연금 개혁안 강행
거리에 불 지르고 유리창 부수는 등 시위 더욱 격화
"민주주의에 대한 완전한 부정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62세에서 64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연금개혁안을 하원 표결 절차를 생략하고 '특별 헌법 조치(헌법 49조 3항)'를 발동해 법안으로 통과시킨 것을 두고 프랑스 내 반발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프랑스 헌법 49조 3항을 이용해 연금개혁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법안에는 정년을 2030년까지 62세에서 64세로 늘리고 연금 수령 기여 기간을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는 등의 원안이 그대로 담겼다.
이에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 등 프랑스 주요 도심에선 이에 반발하며 수천 명이 운집해 거리로 몰려나와 쓰레기에 불을 지르며 유리창을 부수는 등 반발 시위는 더욱 격화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에선 “민주주의에 대한 완전한 부정”이라며 향후 더욱 강력한 대정부 투쟁과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했고, 시위대 약 120명이 구금되는 등 정부와 시위대 간 대치는 더욱 심화하는 분위기다.
반발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55세 교사 로라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화가 난다"며 분노를 표했다. 이어 법안은 투표를 통해 표결에 부쳐져야 했다고 강조했다.
◇ 노동계 반대 목소리 높아져…르펜 "정부 완전한 실패"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이처럼 강력하게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을 두고, 더욱 강력한 반발을 일으킬 위험이 있고 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따.
프랑스 노동계는 연금 개혁안 발표 후 지금까지 8차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을 벌여왔다.
시위에 참여한 공무원 클라라는 정부는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어야 한다며 법안을 통과시킨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무원 조직에서 일손은 계속 부족하고 퇴직자는 대체되지 않으며 우리는 예상치 못한 정신적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2017년과 지난해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맞붙은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즉각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르펜 대표는 이날 하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완전한 실패"라고 꼬집으면서 "처음부터 정부는 자신이 하원 다수를 차지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현지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약 3분의 2에 달하는 국민이 이번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연금 개혁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후 지난 4월 재선에서 다시 이를 꺼내들었다. 그는 실업률을 낮추고 프랑스의 사회 보장 시스템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노동 시간을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등 친기업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개혁 성향의 르네상스(RE)는 577석 중 170석을 얻는 데 그쳤다. 당시 '앙상블'이라는 선거 연합을 구축했던 민주운동(DEM)과 지평선(HOR) 의석 수를 모두 합해도 250석에 불과해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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