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에 관한 모든 것…'6문 6답'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금융사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사실상 파산하자 전세계 금융주가 급락하는 등 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이 회사의 총자산은 2090억 달러(약 275조)로 파산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했던 ‘워싱턴 뮤추얼’ 파산 이래 최대 규모다. 워싱턴 뮤추얼은 총자산이 3070억 달러(404조)였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은행파산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 사실상 파산 이후 불과 2거래일 만에 전세계 금융주 시총이 약 5000억 달러(약 653조원) 증발했을 정도로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SVB 파산 사태를 '6문 6답'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본다

1, 왜 실패했나 : SVB는 기술기업에 대한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은행이다.

SVB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에 국채수익률(시장금리)이 낮아지자 채권에 대규모 투자를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하자 채권수익률이 급등해 큰 투자 손실을 보았다. 이에 따라 자금난을 겪어 왔다.

결국 시장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보이자 연방 당국은 지난 10일 전격적으로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고 제3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SVB의 사실상 파산 이후 연방 당국은 위기가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뉴욕에 있는 동종은행인 시그니처 은행에도 영업 정지 명령을 내렸다.

 

2, 당신의 돈은 안전한가? : 미국 정부는 연방은행법에 따라 오랫동안 25만 달러(약 3억2650만원) 미만의 은행예금을 보장해 왔다. 대부분 사람들이 25만 달러 이상의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SVB는 사정이 좀 다르다. SVB는 실리콘밸리 고연봉자들이 주 고객이다. 이에 따라 25만 달러를 넘는 예금이 수두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래 미국의 연방은행법에 따르면 25만 달러 이상의 예금을 가지고 있는 예금자들은 25만 달러까지만 보장받고 그 이상은 은행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잉여금을 예금 비율에 따라 지급 받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위기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액 예금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VB의 예금자들은 모두 예금을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3, 결국 납세자들의 세금이 들어가는가?
 : 조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 SVB를 회생시키는 과정에서 어떤 손실도 납세자에게 부담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손실도 납세자가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 혈세는 결코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과연 그럴까? SVB 회생에 들어가는 자금은 은행이 예금 보험 기금에 지불하는 수수료에서 충당될 전망이다.

은행에 부과되는 수수료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따라서 세금은 아니지만 미국인들은 사실상 SVB 회생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미국 국민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월스트리트의 은행에 투입하자 격분했었다. 이번에도 이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4, 어떤 산업에 타격이 갈까? : 주로 기술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SVB가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에 본부를 둔 은행 답게 주로 기술기업에 대규모 대출을 했기 때문이다.

 

SVB는 미국 약 3000개 기술기업에 대출을 한 상태다. 이 기업 모두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뿐 아니라 SVB는 중국은 물론 영국 등 여러나라에 진출해 있다. 현지 법인들도 현지 기술기업에 많은 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글로벌 기술 스타트업(새싹기업)들의 피해가 막심할 전망이다.
    
5, 금리에는 어떤 의미? :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 의지를 강조한 직후 이같은 사태가 터져 연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주 의회 청문회에 참석, “일부 인플레 지표의 경우, 오히려 역전됐다”며 “연준은 더 많은 금리인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었다.

 

이후 연준이 오는 3월 21일~22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VB 사태가 터진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은 진퇴양란의 딜레마에 빠졌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금리를 더 인상하면 위기를 맞은 미국 금융권에 신용경색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4일(현지시간) 희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크게 둔화한 것.

이날 미국 노동통계국은 2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6.0%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고, 전월(6.4%)보다 낮아진 것이다. 이는 또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년간 미국 CPI 월별 추이 - 노동통계국 갈무리


이 같은 지표 발표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금리(미국의 기준금리) 선물은 연준이 오는 3월 FOMC에서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할 확률을 73.8%로 반영했다. 동결은 26.2%다.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함에 따라 연준이 덜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 금융시장 경색을 피해갈 수 있을 전망이다.

6, 글로벌 위기로 확산될 것인가? :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 마이클 베리가 “SVB발 위기는 진정한 위기가 아니며, 빨리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베리 트위터 갈무리


그는 1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나는 SVB 사태에서 진정한 위험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많은 전문가들도 이번 위기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VB의 파산은 실리콘밸리 은행들이 벤처 회사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 위해 무리한 ‘펀딩’을 했기 때문이라며 미국 은행권 전반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기가 금융산업 전체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투자자문사 TD 코원의 분석가 재릿 사이버그는 “실리콘 밸리는 소매 예금에 덜 의존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며 “SVB의 위기가 전체 금융시스템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부분 은행들이 고객의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을 해주지만 실리콘밸리의 은행들은 과감한 투자를 위해 고객 예금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따라서 기존은행에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융권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전세계에 주는 충격도 제한 적일 전망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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