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SVB 파산,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르다"…이유는?

지난 주말 총 자산 2090억달러, 미국 16위 규모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문을 닫으면서 세계를 금융 위기로 이끈 2008년 리먼 사태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SVB 파산과 리먼사태와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우선 은행들이 파산 이유가 다르고 미 당국의 빠른 대처, 강화된 금융 규제 덕분에 확산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13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SVB의 파산 여파는 여전히 나타나고 있지만, 일단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금융기관의 붕괴와는 현저하게 다르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다른 금융사들과 얽히고설켰던 리먼브러더스와 달리 SVB의 사업은 미국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대출이라는 한 부문에 집중되어 있었고 다른 은행과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정 부문에만 집중하고 다른 은행처럼 사업을 다양화하지 못한 것은 SVB를 파산시키는 데 일조했지만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다른 금융산업으로 확산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다만 고도로 전문화된 고객을 보유한 다른 대출 기관들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암호화폐에 초점을 맞춘 대출기관 실버게이트는 최근 디지털 자산의 혼란으로 재정이 악화된 후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역시 암호화폐 취급에 특화된 뉴욕주 시그니처뱅크가 파산했다. 역사산 파산 규모로 두번째(SVB)와 세번째(시그니처뱅크) 은행들의 파산이 며칠 새 일어난 셈이다.

웰스 파고의 마이크 메이요 수석 은행 분석가는 그럼에도 SVB의 위기가 '특이한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5년 전 세계 금융위기와 밤과 낮처럼 대조된다"면서 "당시 은행들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모든 것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리먼 사태는 부실한 부동산 담보대출 때문이었다. 소득이나 담보 없이도 쉽게 대출을 얻을 수 있었고 이 대출을 묶어 판 증권 상품까지 팔렸고 이 상품 판매를 보장한다며 보험사까지 끼어들어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번 SVB사태에서는 예금으로 받은 돈을 투자할 곳이 없어서 국채를 사들였다가 금리인상 때문에 국채 가격이 곤두박질친 것이 원인이었다. 이번에는 안전하다고 생각한 국채가 문제가 된 것이며 금융 당국도 발빠르게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런 특수한 성격 때문에 전문가들은 SVB사태 영향도 현재로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재무 교수인 젠스 하겐도르프는 "전반적으로 은행 시스템은 좋은 상태이며 상당한 충격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금융 규제도 2007~2008년 위기 이후 크게 강화됐다.

전문가들은 "다행히도 2008년 위기 이후 부과된 증가된 자본 요건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은행들은 이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덜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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