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發 코인위기]'크립토 친화' 은행 줄도산…벼랑끝 가상자산 업계

 실버게이트 이어 시그니처뱅크도 문 닫아…가상자산 기업이 주요 고객

 '크립토뱅크' 대상 규제 강화될 가능성…시장 전체에 영향 줄 듯

 

실버게이트부터 시그니처뱅크까지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이른바 '크립토뱅크'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가상자산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들이 위기에 놓였다. 

또 '크립토 친화'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등 이번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 전체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버게이트부터 시그니처뱅크까지, 크립토뱅크 연쇄 몰락

지난 12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발표에 따르면 뉴욕 소재 시그니처뱅크는 이날 뉴욕 주 규제당국에 의해 폐쇄됐다.

앞서 실버게이트 은행은 지난 8일(현지시간)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모회사인 실버게이트 캐피탈은 성명을 내고 "은행 운영의 질서 있는 중단과 자발적인 청산이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두 은행은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크립토뱅크'다. 가상자산 기업이 주요 고객이며, 가상자산 시장을 기반으로 예금 규모를 키워왔다.

실버게이트는 본래 1988년에 설립된 캘리포니아 은행으로, 원래 규모는 크지 않았다. 실버게이트가 본격적으로 사업 규모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앨런 레인(Alan Lane) 최고경영자(CEO)이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한 2013년부터다.

일찌감치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레인 CEO는 이후 가상자산 관련 업자들을 고객으로 들이기 시작했다. 가상자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2017년에는 250개 가상자산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고, 자산 규모는 19억달러가 됐다.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크립토 뱅크'로 자리잡은 실버게이트는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을 인수하며 시장에서 세력을 더 키웠다. 2020년 9월에는 가상자산 규모가 21억달러에 달했다. 또 지난해 초에는 메타(구 페이스북)의 가상자산 프로젝트 '디엠'을 인수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그니처뱅크도 실버게이트의 전철을 밟았다. 2001년 뉴욕에 설립된 이래 꾸준히 경영을 이어왔지만, 2018년 가상자산 업계로의 사업 확장은 시그니처뱅크에 큰 변곡점이 됐다.  

시그니처뱅크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기업을 고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전체 예금에서 가상자산 기업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상승, 지난해 3월 기준 23.5%를 차지했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두 은행에게 득이자 독이 됐다. 실버게이트 은행은 지난해 'FTX 사태'의 여파를 견디지 못했다. 세계 2위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가 파산하자 실버게이트의 주요 고객인 가상자산 기업들이 위기에 처했고, 이들 고객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빼내기 시작했다. 실버게이트는 이를 버텨내지 못했다. 

이에 더해 지난 10일 실리콘밸리 자금줄로 불렸던 실리콘밸리뱅크(SVB)까지 파산하면서 시그니처뱅크도 은행 줄도산 사태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가상자산 친화' 은행에 규제 강화?…시장 전체 위기로 번지나

5일만에 대표적인 '크립토뱅크' 두 곳이 문을 닫으면서 가상자산 업계는 위기다. 미국이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이끄는 국가인 만큼, 미국 가상자산 기업들이 이용하는 은행이 점차 줄어든다면 이는 전세계 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다른 은행들이 가상자산 기업에 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실버게이트가 지난해 'FTX 사태'의 여파로 청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취급할 경우 위험이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내주는 은행들이 극히 적은 것과 비슷하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규제당국이 가상자산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에 대한 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는 "실버게이트는 정식 인가를 받은 은행이자, 가상자산 거래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으로서 가상자산 산업 성장의 중심에 있었다"며 미국 규제당국이 이 같은 점을 주목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모건스탠리는 "앞으로 규제당국은 실버게이트의 라이벌 은행이었던 '시그니처뱅크'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온 지 5일만에 시그니처뱅크는 규제당국에 의해 폐쇄됐다. 전망이 현실화된 셈이다.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과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말 은행들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관련 유동성 위험을 고려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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