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된 은행 망하는덴 '36시간'…SVB 파산 스마트폰이 키웠다
- 23-03-13
WSJ "벤처캐피탈 인출 권고 이메일에 앉은자리서 순식간에 뱅크런"
실리콘밸리가 만든 편리한 IT 세상이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망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스마트폰을 켜기만 하면 은행과, 전 세계와 연결되기에 세우고 키우는 데 40년 걸린 은행을 거꾸러뜨리는 데 불과 36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보험 스타트업인 커버리지캡의 공동창업자인 맥스 조는 지난 9일 몬태나 공항에서 내려 다른 스타트업 창업자들 소유의 휴가지로 가는 버스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다른 일행들은 돈을 옮기느라 정신없이 스마트폰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는 버스에 앉아있는 그동안 "뱅크런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구나" 깨달았다.
이날 영업 마감까지 SVB 예금자들이 인출한 금액은 420억 달러(약 55조원)로 역대 최대의 뱅크런이 은행에 가지 않고도 일어났다. 금융 당국은 다음날 SVB의 영업을 중단시키고 자산을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넘겼다. 이렇게 되면 예금자보호에 따라 1인당 25만달러만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는 자산을 처분해 일부만 받게 된다.
이번 파산은 2008년 금융 위기가 한창일 때 시애틀의 ‘워싱턴 뮤추얼’이 파산한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규모다.
WSJ는 마지막 은행 위기 때는 요소가 아니었던 소셜미디어가 번개 같은 속도로 영향을 미쳤다고 썼다. 겁에 질린 고객들이 스마트폰 앱을 열어 몇차례 두드리자 은행의 돈이 날아갔다는 것이다.
SVB는 1983년 창립되었다. 최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사업 확장보다는 생존에 집중하면서 대출이 이뤄지지 않자 채권에 투자한 것이 파산의 시작이었다. SVB는 코로나19 팬데믹초기에 국채수익률이 낮아지자 채권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지난해부터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하자 채권수익률이 급등, 큰 손실을 보았다.
자금난을 겪게 된 SVB는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매각하고 모두 22억5000만 달러(약 2조9700억원)의 신주 발행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재정 건정성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감지한 주요 벤처캐피탈들이 고객에게 예금인출을 권고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9일 하루만에 420억 달러가 빠져나가 SVB는 전날 폭락했던 주가까지 다시 폭락했다.
엔도르랩스의 바룬 바드와르 최고경영자(CEO)는 "스타트업의 경우 모든 길이 실리콘밸리 은행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그가 세운 세번째 회사인 엔도르랩스 창립 전에도 그의 스타트업을 도운 곳, 그리고 자금을 옮겨두는 곳은 언제나 SVB였다. 그는 처음에는 은행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는 소식에 '과민반응'이라고 일축했지만 자금을 빼라는 밴처캐피탈들의 이메일을 받고는 자금 인출을 결심했다.
바드와르 CEO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그는 SVB에서 돈을 인출해 놓아야 직원 급여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오후 2시 47분, 즉 SVB가 그 다음날 계좌이체를 차단하기 전의 영업 종료 13분 전에 돈을 옮겼다.
일부 회사들은 은행 인출이 안 되는 것을 알고서야 문제를 깨달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리네아솔루션은 "직원들이 10일 아침 은행 계좌를 확인했을 때 급여가 입금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급여는 SBV은행의 자금이 급여 송금업체 리플링을 통해 직원 통장으로 자동 송금되는데 이것이 막혀버린 것이다.
리네아솔루션은 "급여 예금을 가진 은행이 48시간 내에 파산해 월급을 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라도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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