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시산책] 업사이클링

김소희(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업사이클링


제 색을 갖지 못한 빛이 

플라스틱 팔레트에 가득하다


좁디좁은 방에서 숨은 그늘을 그린다


발화점을 넘기며 자꾸 부풀어 오르는 색감

썩지 않는 그리움을 으깨며

함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한 마리 벌새가 내 안에 살고 있다 


나의 떨림을 믿지 않는 당신 

나의 눈이 팔레트로 굴러 떨어진다 


에러 난 코드는 누군가에게 굴절된 정보를 전송한다


눈이 참 아름답군요


나의 몸이 액자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다


빛을 구분하지 못하는 붓은

일회용 종이 접시처럼 아껴 둔 눈을 

조심스럽게 채색한다


액자의 영향 아래 

더 이상 칠할 곳이 없는 나는  

새로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는 법을 잃은 눈만이 배수구에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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