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판으로 출연정지 당한 BBC 리네커…BBC 사장, 시청자에 사과

"정부 이민 정책, 나치 같다"…BBC 간판 프로그램서 출연정지

BBC 타 프로그램·시청자들 지지 물결 이어져

 

전 축구선수이자 BBC의 해설가로 활약하는 게리 리네커가 영국 정부의 이민 정책을 나치에 빗댄 뒤 출연 정지 처분을 받았다. BBC 사장은 시청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리네커를 다시 방송에 출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팀 데이비 BBC 사장은 "내 임무는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공정함에 초점을 맞춘 보도라고 생각한다"며 "게리가 방송에 복귀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스포츠 중계를 관중들에게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리네커의 복직을 요구하는 청원에는 19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축구 전문 프로그램 BBC One의 '매치 오브 더 데이(Match Of The Day)'의 진행자인 리네커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부가 쓰는 언어가 1930년대 나치의 것과 비슷하다"고 적었다. 리네커의 발언은 영국 정부의 이민자 정책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영불해협을 통해 영국으로 밀려드는 밀입국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보수파는 반(反)이민 정책을 추진해왔다.

영국 정부는 지난 7일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에 입국한 난민을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신청할 수 없도록 하고, 르완다나 제3국으로 추방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에도 자국에 들어온 난민을 비행기 편으로 르완다에 보내는 협약을 체결하며 '난민 밀어내기'를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리네커는 해당 발언 이후 출연 정지를 통보받았다. 리네커가 빠진 '매치 오브 더 데이'는 전문가 논평이 없어지며 20분으로 축소됐다.

이후 BBC의 TV 및 라디오의 주요 스포츠 프로그램의 진행자들도 리네커에게 연대하는 차원에서 방송을 거부하며, 프로그램 편성은 파행을 겪었다.

이라크 전쟁 정보 문건 보도를 두고 영국 정부와 갈등을 겪다 사임한 그렉 다이크 전 BBC사장은 "리네커를 '매치 오브 더 데이'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은 보수당 정부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는 기업처럼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BBC도 이 사건을 보도하며 "이 모든 것은 BBC의 불편부당(impartiality·不偏不黨)에 대해 질문하는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진다"며 "BBC의 회장인 리처드 샤프는 보수당의 전 기부자였고,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80만 파운드의 대출 보증을 마련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BBC에 이 문제는 불편부당에 관한 것이지만, 다른 많은 사람에게는 언론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BBC는 런던에 있는 BBC 본사 밖에는 한때 BBC에 근무했던 조지 오웰의 동상이 있고, 동상 뒤 벽에는 '자유란 모름지기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것을 말할 권리다'라고 쓰여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편 리네커는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도 인권 문제를 조명하는 차원에서 월드컵 개막식을 중계하지 않았다. 또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이 '스포츠워싱'의 사례였다며 크림반도 합병과 인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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