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금융 위기 공포 씨앗…은행 취약성 부각"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소재 기술전문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이 금리 인상이라는 공포의 씨앗을 금융시장에 심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분석했다. 수 개월 동안 투자자들은 금리인상 위협에도 크게 위축되지 않았지만 SVB 파산이 이 모든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금리인상 이후 처음으로 시스템 위험 상승"

기술 및 헬스케어 스타트업(새싹기업)과 벤처투자자를 주요 고객으로 둔 SVB가 대량 예금인출(뱅크런)에 휩싸이며 초고속으로 망해 버렸다. 금리인상 압박에 주요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며 SVB는 자본 부족이 드러났고 결국 자본 확충에 실패하며 파산하고 말았다.

SVB 파산은 금리인상에 그동안 크게 위축되지 않았던 투자자들 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에도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국채 급락에 은행들도 취약할 위험이 상기된 것이다.

미국 은행주는 지난주 12% 넘게 폭락해 2020년 초 이후 최대다. 독일은 코메르츠방크는 이례적으로 SVB 위협을 일축하는 성명을 내놓았지만 파생상품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급증하며 금융시스템의 긴장을 보여줬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롬바르드오디에자산관리의 플로리안 엘포 매크로 본부장은 로이터에 "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시스템 위험이 실질적으로 상승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미미한 떨림이지만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을 필두로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10년 넘게 느슨한 통화정책으로 돈의 홍수 시대를 유도하며 경제를 지원했었다. 통화 완화는 심지어 가상의 암호화폐까지도 만들어낸 셈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수 십년 만에 최고로 치솟으며 중앙은행들은 돌연 긴축 고삐를 바싹 죄며 역주행에 돌입했다. 대출 비용이 급증하며 채권과 회사 주식은 큰 손실을 봤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긴축 사이클 동안 주요 경제국에서 오른 금리는 모두 3000bp(1bp=0.01%p)가 넘는다. 1980년대 이후 가장 가파른 금리인상이다.

◇"SVB의 미실현 손실 위험 특별하지 않다"

SVB는 21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채권, 특히 주로 미 국채를 팔았는데 18억달러 손실을 봤다. 이로 인해 다른 은행들의 채권 포트폴리오도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보유채권의 미실현 손실이 현실화할 위험이 부각됐다.

CI루즈벨트의 제이슨 베노위츠 수석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가 너무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에 많은 은행들이 미실현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며 "SVB 위험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SVB 위기의 특성은 은행시스템 전반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라고 덧붙였다.

높은 금리 환경에서 채권 수익률이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소규모 은행들은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았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해 200bp 급등했고 금리인상 베팅이 재개되며 2월에만 거의 40bp 뛰었다. AJ벨투자의 러스 몰드 투자리서치책임자는 "SVB 사태는 많은 금융기관들이 큰 미실현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고 말했다.

BNY멜론의 제프리 유 EMEA 시장전략가는 "금리인상이 대출 손실로 이어지고 일부 은행은 스트레스에 직면한다는 점을 반영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상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험들을 확인하고 대출 손실과 파산 증가를 목격할 것이라는 경종이 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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