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 승리"…이란-사우디 관계복원 합의에 美 중동 전략 '삐걱'
- 23-03-12
이란-사우디, 中 중재로 다시 국교 텄다…"2개월 내 대사관 열 것"
"서방 장악 중동서 발을 들여놓게 돼…美엔 반가운 소식 아닐 것"
중동의 역내 라이벌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10일(현지시간) 외교관계를 복원하기로 한 발표는 오랫 동안 미국의 강한 영향력 하에 있던 중동에서 중국 외교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아파 맹주와 수니파 종주국 간 관계 개선 합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관계 정상화를 중재함으로써 이란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더욱 높이는 식으로 중동의 정치 지형을 바꾸려고 하던 가운데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 국영 매체에 따르면 협상은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6일부터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과 사우디의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돼왔다.
CNN에 따르면 왕이 위원은 "우리는 모든 국가의 바람에 따라 오늘날 세계의 핫스팟(분쟁지역)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는 데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주요국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줄 것"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처음부터 이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왕 위원은 또 미국을 의식한 듯 중동은 현지인들의 것이며 이 지역의 운명은 역내 국가 국민들에게 맡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이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중동을 건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교 합의에 중국은 양국과의 관계를 지렛대로 사용했다. 또한 이란 입장에선 국제 사회에서 고립돼 있는 현재 상황도 라이벌 국가에 손을 내밀게 된 배경이 됐다. 2015년 핵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협상은 진전이 없고, 히잡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서방과의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이란의 주요 동맹국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몰두하고 있지만 또 다른 동맹국인 중국은 사우디와의 관계 심화에 공을 들여왔다.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가 멀어지자 중국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2018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지목된 이후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급격히 소원해진 바 있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AC)의 조너선 풀턴 박사는 AFP에 "이번 합의는 중국이 역내에서 보다 큰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있음을 보여준다"며 이것은 "중동에서 미국의 우위에 도전할 공간이 있다고 중국이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어쨋든 이것은 중국의 외교적 승리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랍걸프국가연구소(AGSI)의 후세인 이비시 박사는 CNN에 "베이징에서 합의가 됐다는 점은 중국이 걸프 지역에서 외교적, 전략적 플레이어로서 부상하는 데 무척 큰 의미를 갖는다"며 중국은 "미국이 아니라면 유럽이 과거에 장악했던 위치에 발을 들여놓게 됐는데 미국에는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교정상화 합의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사안이 "중국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란이 사우디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은 이란이나 그 대리자들에 대한 사우디의 억지력을 포함한 대내외적인 압력 때문"이라며 중국의 역할을 평가 절하했다.
그는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와 미국의 숙적인 이란을 하나로 모으는 데 도움을 준 중국의 의도와 관련해 "중국은 자신들의 이기적인 이익을 위해 전 세계 다른 곳에서 영향력과 발판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확실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협상의 동력이 무엇이었든 누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든 이번 협상이 지속될 수 있다면 우리는 환영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관계 정상화를 중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일 이같이 보도하며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대가로 미국의 안전 보장, 민간 핵 프로그램 개발 지원, 미국의 무기 판매 제한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로 이스라엘 정부도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을 역내 실존적 위협으로, 사우디를 잠재적 파트너로 간주해, 이란에 대한 두려움을 공유하는 것이 사우디와 처음으로 공식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는 SNS에 "사우디와 이란 간 합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추진중인 외교정책의 완전하고 위험한 실패"라며 "이번 일은 직무는 수행하지 않고 하루 종일 법적 광기(사법개혁안 추진)를 다루고 있을 때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란과 사우디 간 외교 정상화가 전면적인 관계 심화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수교가 향후에 진행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란 전문가이자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전 고위 관리인 시마 샤인은 NYT에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가 다시 수립됐지만 이란은 사우디에 대한 위협으로 남아 있다. 사우디는 여전히 이스라엘, 특히 군사 및 사이버 보안 문제와 관련된 더 긴밀한 파트너십을, 위협을 무디게 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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