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역전 3점포 터졌으나 불펜 무너져

타선도 5회 1사까지 '퍼펙트' 묶이는 등 졸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야구대표팀이 첫 경기에서 호주에 덜미를 잡혔다. 홈런포만 3방을 허용한 끝에 맛본 충격적인 패배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B조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7-8로 졌다. 

프로선수가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호주에 패한 것은 2007년 대만에서 열린 야구월드컵(1-2패) 이후 16년만이다. 호주와의 공식대회 상대 전적 7연승 행진도 마감됐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8강(2라운드) 진출 전망이 어두워졌다. 호주, 일본, 체코, 중국과 같은 조에 포함된 한국은 최소 3승 이상을 거둬야 조 2위 이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호주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한국은 10일 오후 7시 열리는 일본전을 반드시 잡아야하는 부담이 생겼다.

첫 경기를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한 호주는 11일 낮 12시 중국과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선발 고영표가 4⅓이닝 2실점으로 준수한 투구를 펼쳤고, 원태인(1⅓이닝), 정철원(⅓이닝)도 무실점 피칭을 했다. 하지만 소형준(⅓이닝 2실점), 김원중(1이닝 1실점), 양현종(0이닝 3실점) 등이 아쉬웠다. 이후 이용찬이 1⅔이닝을 책임졌다.

결승 홈런을 맞은 김원중은 패전투수가 됐다.

타선은 양의지가 3점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을 뿐, 전체적으로 활약이 저조했다. 7득점을 뽑았지만 안타는 6개 뿐이었다.

호주는 이날 홈런 3개를 포함해 10안타 8득점을 기록하며 한국 마운드를 두들겼다.

6회 2사 후 등판해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은 4번째 투수 존 케네디가 승리투수가 됐고, 9회에 1이닝을 막은 조쉬 가이어가 세이브를 올렸다.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대표팀 선발 고영표가 4회초 1실점을 허용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3.3.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초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선발 투수 고영표가 몇 차례 위기 속에서도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고영표는 4회 들어 제구가 흔들렸고, 무사 만루 위기를 초래한 끝에 로건 웨이드에게 희생플라이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5회에는 1사 후 팀 케넬리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0-2가 돼자 한국은 고영표를 내리고 원태인을 등판시키며 불펜을 가동했다.

타선은 무기력했다. 4회까지 상대 선발 좌완 잭 올로클린과 2번째 투수인 우완 미치 넌본에게 끌려다니며 12타자가 한 번도 1루를 밟지 못했다. 5회 선두타자 박병호도 범타로 물러나 '퍼펙트' 행진은 13타자로 늘어났다.

한국은 5회말 김현수가 볼넷으로 첫 출루를 한 뒤 박건우의 안타로 '노히트'마저 깼다. 이어진 2사 1,3루에선 양의지가 역전 3점홈런을 터뜨리며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대표팀 양의지가 5회말 2사 1,2루에서 역전 스리런 홈런을 친 후 홈으로 향하고 있다. 2023.3.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기세가 오른 한국은 6회말엔 2사 후 이정후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박병호의 적시 2루타로 4-2로 벌려 승기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믿었던 불펜이 무너졌다. 한국은 7회초 마운드에 오른 소형준이 몸 맞는 공과 안타로 흔들렸고, 희생번트로 1사 2,3루에 몰렸다.

바뀐 투수 김원중은 알렉스 홀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지만 다음 타자 로비 글렌디닝에게 3점홈런을 허용했다. 4-5로 재역전을 당한 순간이다.

한국은 7회말 1사 후 대타 강백호가 2루타를 치고 나갔지만 세리머니를 하다 아웃 당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다음타자 양의지가 안타를 쳤지만 끝내 득점을 하지 못했다.

8회초엔 쐐기포를 맞았다. 1사 후 베테랑 양현종이 투입됐는데, 양현종은 릭슨 윈그로브, 웨이드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로비 퍼킨스에게 3점홈런을 허용했다. 4-8까지 벌어지며 승부가 기울었다.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대표팀 양현종이 8회초 1사 2,3루에서 호주 대표팀 퍼킨스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 후 아쉬워 하고 있다. 2023.3.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한국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8회말 상대 투수 스티븐 켄트 의 제구 난조 속에 에드먼, 김하성이 연속 볼넷을 골랐다. 바뀐 투수 윌리엄 셰리프도 제구가 잡히지 않았고 이정후, 박병호의 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득점을 했다.

계속된 만루에선 김현수가 1루 땅볼로 3루주자를 불러들여 6-8까지 따라붙었다.

박건우의 몸 맞는 공으로 이어진 만루에선 오지환의 내야 땅볼로 한 점을 더 보태 7-8,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계속된 2사 만루 찬스에서 나성범이 삼진으로 물러나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9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한국은 9회말 역전을 노려봤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선두타자 에드먼이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김하성과 이정후가 연달아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어진 상황에선 에드먼이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되며 고개를 떨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