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여학생 표적' 독극물 공격 잇따라…"52개 여학교 노렸다"

"나쁜 냄새 퍼지자 어지러워서 바닥에 쓰러져"

 

이란에서 여학생들을 표적으로 한 독극물 공격 사건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전국적으로 무려 52개 학교가 표적이 됐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독극물 중독 사건이 시작된 건 지난해 11월 말 테헤란 남쪽에 있는 성지 쿰의 한 고등학교에서다. 이후에도 3개월여 동안 수백 명의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불쾌한 냄새를 감지한 후 호흡 곤란과 메스꺼움, 현기증 등의 증상을 보고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한 피해 여학생은 TV에 출연해 "아주 나쁜 냄새가 급속도로 퍼졌고, 어지러워서 바닥에 쓰러졌다"고 말했다.

서부 도시 보루제르드에서는 한 학생이 독극물에 중독돼 극심한 흉부 통증과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을 겪었다. 시내 병원의 한 응급실 의사는 "피해 학생들 대부분이 두통과 호흡기 질환, 무기력증과 메스꺼움, 저혈압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의 중독 사건이 잇따르자 학부모들은 공포에 떨며 당국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란 국영TV는 피해 학생의 어머니들이 학교 정문에 경비원을 배치하고, 교내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가동할 것을 당국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요네스 파나히 이란 보건부 차관은 일련의 공격 사건이 "소녀들의 교육을 중단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추정했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지난 4일 피해 현장에 직접 나가 "수상한 샘플을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제공하지 않았다.

이란 ISNA통신은 현지 보건 당국자를 인용, 최근 발생한 독극물 공격 사건으로 서부 도시 아브하르와 남서부 아흐바즈시의 학생들도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서부 잔잔에서도 초등학생 소녀들이 공격을 받았으며, 북동부의 성지 마슈하드와 중부의 이스파한, 남부의 시라즈에도 더 많은 사례가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공포와 절망감을 조성하기 위한 적의 음모"라고 표현하며 관련 당국에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해 9월 이란에선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지 도덕 경찰에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여·22)가 의문사한 사건으로 인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여성들은 시위를 통해 여성 인권 증진과 제도개혁을 요구했는데, 독극물 공격 사건은 이런 와중에 계속되고 있어 관련 여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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