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자발적 기여로 재원 마련"… 정부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서 판결금·지연이자 지급하기로

박진 "한일관계 미래지향적 발전 위해… 피해자·유족과도 소통"

 

정부가 한일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한 '최종안'을 6일 공식 발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 발표문'을 통해 지난 2018년 10~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에서 일본 전범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총 15명(생존자는 3명)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판결금(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외에 현재 국내 법원에 계류 중인 후지코시(不二越) 등 다른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소송에 대해서도 "원고(피해자)의 승소가 확정될 경우 판결금 등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강제동원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모두 9건이다. 또 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은 9건이고, 1심 법원에도 52건의 소송이 계류 중이다.

외교부는 이들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판결금 재원에 대해선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며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일본 정부가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에 따른 수혜 기업인 포스코 등의 기부금으로 판결금 재원을 우선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은 일단 재단의 판결금 재원 조성엔 직접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간 일본 정부가 이들 기업이 판결금 재원 조성에 관여할 경우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인정한다'는 것이 된다며 끝까지 거부 의사를 밝힌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2023.3.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일본 정부는 2018년 우리 대법원 판결 이후 '강제동원 피해배상 등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정부에 제공한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현재 한일 간엔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해 청년 교류 증진' 등 사업을 위해 우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경제단체연합회)이 공동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은 추후 게이단렌을 통해 해당 기금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게이단렌 회원사다.

박 장관도 이날 정부 입장 발표 뒤 관련 질문에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양국 경제계가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일본 정부도 민간의 자발적 기여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이해한다"고 답변했다.

우리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대부분 90대 고령임을 감안, 관련 해법을 신속히 마련하고자 외교부 주관으로 작년 7~9월 피해자 측 소송 대리인단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민관협의회를 가동하면서도 일본 정부와도 외교적 협의를 이어왔다.

올 1월엔 외교부의 검토안을 설명하는 공개토론회가 열렸고, 지난달 28일엔 박 장관이 직접 피해자·유족들을 만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상당수 유족이 '문제가 조속히 종결되기 바란다'는 의견을 줬다"며 앞으로도 이들과의 소통 노력을 지속해가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또한 관련 자료에서 "피해자 및 유가족을 대상으로 정부 해법안과 이후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판결금 수령 관련해 이해·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판결금 지급과 후속 조치 및 이를 위한 재단의 재원 마련 등 관련 절차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재단 등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활동가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앞에서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굴욕해법 발표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3.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외교부는 "(한일 간) 과거사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기억과 추모, 연구, 그리고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 강화 검토 및 대국민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날 발표된 우리 정부 해법이 그간 일부 피해자 측이 요구해온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일본 전범기업들의 배상 참여'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일부 피해자 측에선 정부의 해법 발표와 별개로 소송 대상인 일본 전범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압류 및 현금화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계속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과거사에 대해 일본의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이) 기존에 공식 표명한 반성·사죄의 담화를 일관되고 충실하게 이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 '반쪽짜리'란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물컵에 비유하면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정부가 이날 내놓은 해법은 "경색된 한일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정부의 대승적 결단"에 따른 것이라며 특히 "피해자들에겐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고 과거를 기억하는 새로운 노력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닌 진정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밖에 이번 해법 마련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일부 관측엔 "우리의 국익을 추구하는 데 있어 외교부와 대통령실은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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