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한달…사망자 5만명이 남긴 세계 '연대'

20만채 붕괴·피해액 50조원…에르도안 재선 '빨간불'

105개국 16개 단체 구조대 급파…구조소식에 눈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지진은 사망자만 5만명을 넘기면서 21세기 발생한 지진 중 다섯 번째로 많은 인명피해를 기록했다.

지진 발생 한달 구조작업은 일단락됐지만 재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피해 복구까지 아직 갈 길이 멀고,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텐트촌을 전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향한 구호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모처럼 세계 시민의 연대 의식을 재확인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규모 7.8의 지진이 오전 4시17분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에서 발생했다. 규모 7.5의 두 번째 지진은 약 9시간 후 가지안테프 북쪽 카흐라만마라슈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 사망자는 4일 기준 튀르키예 4만4218명, 시리아는 5914명을 기록했다. 두 국가의 사망자수를 합하면 5만132명에 이른다.

 

깊은 잠이 든 새벽시간 지진이 발생해 주민들이 미처 대피할 새도 없이 그대로 건물에 깔린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날이 밝으면서 본격적인 구조작업이 시작됐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제대로 된 대응이 불가능했다. 지진으로 붕괴한 건물은 약 20만채로 추산된다.

본진에 맞먹는 여진에 강추위까지 덮치며 구조작업은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다급한 주민들은 맨손으로 콘크리트 더미를 헤쳤다. 살아남은 가족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가 하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가족 앞에선 오열했다.

폐허에 남겨진 200만명의 생존자들은 야외 텐트촌에서 영하권 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열악한 위생으로 인해 각종 호흡기 질환과 수인성 질병에 고스란히 노출됐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외상환자 40만명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과 22개 의료팀을 급파했다.

특히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시리아 북부는 구호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상황이다. 10년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이 일대를 반군이 장악했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일주일 뒤 시리아 정부가 지진 피해 지원을 위해 튀르키예와 맞닿은 국경 두 개를 개방하는 데 동의했지만 이마저도 때를 놓쳤다는 비판이 속출했다.

주택과 도로, 산업시설과 통신망 등 국가 기반시설이 붕괴해 경제적 피해도 막심하다. 세계은행은 지진으로 인한 물리적인 피해가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합쳐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올해 튀르키예 경제성장률(3.5%~4%)도 0.5%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20년째 장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리더십도 오는 5월 재선을 앞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 피해 현장을 찾아 "이렇게 큰 재난에 준비돼있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1999년부터 지진세로만 총 5조9000억원을 추징했는데 내진 설계 등 지진 대비에 집행됐는지 불분명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절망적인 상황에도 국제사회는 실의에 빠진 튀르키예·시리아 주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국을 비롯한 105개국과 16개 국제단체가 구조대를 급파했고 각종 구호 물품을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특히 앙숙 관계였던 국가들도 비극 앞에 손을 맞잡아 세계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다.

에게해를 사이에 두고 튀르키예와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온 그리스는 지진 발생 당일 36명의 구조대원을 급파했고 생필품, 의약품을 포함해 구호 물품 80톤가량을 지원했다. 내전 발발 후 시리아와 단교한 사우디아라비아도 시리아 피해 지역에 의약품을 보냈다. 사우디 항공기가 시리아 땅을 밟은 건 11년 만의 일이다. 미국은 인도적 지원을 돕기 위해 대시리아 제재를 6개월간 유예했다.

극적인 구조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인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18일 하타이주 안타키아의 건물 붕괴 현장에서 지진 발생 296시간 만에 일가족 3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전날에도 안타키아에서 14세 소년을 포함한 생존자 3명을 잔해에서 구출했다. 6일에는 시리아 북부 진데레스에서 숨진 엄마와 탯줄로 이어진 갓난아기가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뒤 고모 집으로 입양됐다. 다만 수색작업은 19일부로 공식 종료된 상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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