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전자칩 뇌이식 실험', 美 FDA에 거부당했다

'FDA 승인' 호언장담 불구…우려 불식은커녕 신청조차 늦어

머스크의 불도저식 기술개발…"자동차 다루듯 해선 안돼"

 

일론 머스크가 추진한 전자칩 뇌 이식 실험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전현직 직원 7명의 증언을 토대로 지난해 초 뉴럴링크가 FDA에 뇌 임플란트 임상 실험을 신청했지만 여러가지 안전상의 이유로 결국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뉴럴링크는 머스크가 설립한 뇌과학 스타트업 회사다. 두뇌에 컴퓨터 칩을 연결해 신경 질환 치료를 돕는 뇌 임플란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머스크는 인간이 인공지능(AI)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선 두뇌를 컴퓨터와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FDA는 뉴럴링크 측에 임상 실험에 앞서 최소 수십여개에 달하는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자칩이 두뇌 다른 부위에 침입하거나 △전자장치 제거 시 뇌 조직이 손상될 가능성 등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머스크는 2019년 이후 지금까지 최소 네 차례에 걸쳐 뇌 임플란트 임상 실험이 임박했음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규제당국의 안전 우려조차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머스크는 투자자들에게 FDA의 이 같은 불허결정을 알리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공식 석상에서 뉴럴링크가 FDA에 '대부분의 실험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FDA로부터 실험 안전성을 지적받았지만 머스크가 이를 숨긴 채 마치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인 것처럼 포장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뉴럴링크는 지난해 초에야 처음으로 FDA에 실험 허가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럴링크에 대한 FDA의 실험 불허 결정은 이전에 보고된 바 없다. 실험을 낙관한 머스크의 발언들이 개발 속도보다 한참이나 앞서 나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테슬라 개발하던 방식, 의료산업에 안 통한다…머스크의 '속도 강박' 지적한 직원들

전현직 직원들은 한 목소리로 머스크가 전기차를 개발하던 방식으로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보다 신중한 접근방식을 주문했다. 야심 찬 목표를 세운 뒤 돌파구를 모색하고 규제기관을 혁신의 장애물로 여기는 문화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기 개발에는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머스크는 뇌 임플란트가 자동차가 아니란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우리가 다루는 건 사람의 뇌다. 장난감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임직원들을 갈아치워선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머스크의 '불도저식' 개발방식이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로이터는 머스크의 속도 압박에 불필요한 동물 실험이 반복적으로 강행됐다고 폭로했다. 뉴럴링크에서는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약 1500만마리의 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뉴럴링크는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로 연방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뉴럴링크가 차후 규제당국에 임상 실험을 신청하기까지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전망했다. FDA는 지난 3년간 의료장비 임상 실험 66%를 1차 신청에서 승인했다. 2차까지 포함하면 승인율은 85%로 증가했다. 그러나 3차 이후부터는 대부분의 기업이 FDA의 요구조건을 맞추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하지 않고 신청 자체를 포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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