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열차충돌 사망자 57명으로 ↑…'예견된 인재'에 분노 폭발
- 23-03-03
수백명 정부·운영사 규탄 시위…곳곳에 소요사태도
"개인에게 책임 전가 안돼"…철도망 개선 요구 빗발쳐
그리스 열차 정면충돌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57명으로 늘어나면서 슬픔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그리스 당국이 철도망 관리·감독에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 전국적으로 시위와 파업이 들끓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소요사태도 벌어졌다.
2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그리스 중부 라리사에서 화물열차와 여객열차 간 정면충돌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이날 57명으로 늘어났다.
그리스 경찰 대변인은 "현재 확인된 사망자 수는 57명이며 실종자 수는 56명이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 수색 임무가 오는 3일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부상자는 수십명에 달하며 이들 중 6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은 연휴를 즐기고 귀향하던 대학생 등 젊은 층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밤 350명을 싣고 아테네에서 테살로니키로 가던 여객열차가 테살로니키에서 라리사로 가던 화물열차와 같은 선로를 달리다 정면으로 충돌했다. 사고로 일부 열차가 종잇장처럼 구겨졌고 객차가 1300도에 달하는 불길에 휩싸였다.
21세기에 벌어졌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대형 참사에 그리스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평소 지적돼온 후진적 철도 운영으로 인한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그리스 수도 아테네 헬레닉 트레인 본사 앞에 700여명이 모여 정부와 철도 운영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폭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시위에 참여한 스타브로스 난티스는 "우리는 그리스 철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운영사와 전·현 정부에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에서도 시위가 일어났다. 경찰은 일부 시위대가 돌을 던지거나 휘발유로 만든 폭탄을 던지는 등의 소요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날 아테네에서도 시위대가 회사 건물에 돌을 던지고 길에 불을 질러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이들을 해산시켰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교통장관은 "그리스 철도 시스템은 21세기 기준에 못 미친다"며 사고 직후 사임했고 그리스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라리사 역장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역장이 여객열차 기관사에게 선로 변경을 잘 못 지시해 두 열차가 같은 선로를 달리다 충돌한 것으로 봤다. 라리사 역장은 혐의를 일부 인정한다면서도 사고에 다른 요인도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 역시 사고 현장을 방문해 "인간의 실수로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그리스 철도노조는 당국이 라리사 역장을 희생양 삼아 문제의 근본 원인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이번 참사는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파업에 나섰다.
희생자 추모식에 참여한 키프로스 출신 의대생 니코스 사바는 "직원들이 박봉에 시달리고 철도망 자체가 낡았다"며 "병폐로 가득한 시스템 전체에 대해 한 개인이 책임져서는 안 된다"고 AFP에 전했다.
결국 야니스 이코노무 정부 대변인은 그리스 철도 사업이 "고질적인 공공부문의 병폐"에 시달렸다며 오랫동안 요구가 있었음에도 안전 기술 등이 제대로 도입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실제로 2022년 유럽연합(EU) 철도청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0년 기준 그리스는 EU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철도 사망률을 기록했다. 로이터는 그리스는 여전히 철로가 하나밖에 없는 단선 구간이 많고 자동 제어 시스템이 없는 지역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3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모든 공공건물에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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