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가 1200원, 도매가 2000원…'소주 6000원' 누가 다 삼키나

[소주 가격의 비밀] 주류 유통 면허제 영향 가격 거품 제한

출고가 100원 뛰면 도매업체들 150원 인상…"폭리 힘든 구조"

 

'소줏값 6000원' 전망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류 업체가 출고가 동결을 공식화했다. 업계 1위 하이트진로는 "당분간 소줏값을 올리지 않겠다"고 최근 밝혔다. 소주병 가격이 오르는 등 가격 인상 요인은 충분하지만 정부의 물가 단속에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그동안 주류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을 고심해왔다. 제병업체들이 소주병 가격을 180원에서 220원으로 22.2% 인상하며 제조원가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출고가가 오르면 도매업체, 자영업자로 이어지는 유통구조에도 중간 이윤이 붙으며 '도미노 가격 인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고작 몇십원 오르는데 식당에서는 왜 1000원씩 오르느냐'는 의문을 여전히 품는다. 출고가는 소폭 오르는데 소비자의 식탁까지 오르는 가격은 폭등하는 구조에 대한 궁금증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상품들은 유통구조를 거치며 각종 비용이 추가된다. 대표적으로 농수산물은 복잡한 유통구조로 산지 가격에 비해 소비자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1년 농산물의 유통비용률은 48.8%이다. 소비자 구입비용이 1000원이라면 488원이 유통비용인 셈이다.

반면 주류의 유통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주류 제조와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면허가 필수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업체들만 유통 시장에 뛰어들 수 있기에 그만큼 유통과정의 거품이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일반 식당에서 판매하는 주류는 대부분 '종합주류도매업' 면허를 보유한 업체들에 의해 공급된다. '소줏값 6000원'의 진원지인 식당에 주류를 공급하는 도매업체들은 유통 비용을 과도하게 책정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유통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한다. 각 도매업체가 출고가에 일반적인 유통 비용을 붙여 판매하더라도 2000원을 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 주류 도매업계 관계자는 "소주 한 병 출고가가 80~100원 오른다고 가정하면 도매업체들은 최대 150원 정도 올리는 수준"이라며 "중간 단계에서 폭리를 취한다는 것은 잘못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식당 주류 냉장고.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제품마다 다르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소주의 공장 출고가는 대부분 1100~1200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원자잿값 인상으로 출고가를 7.9% 인상한 '참이슬'의 경우 1병당 1166.6원이다.

주류 도매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출고가로 가져온 제품을 20% 내외의 이익을 붙여 유흥주점 및 식당으로 공급한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약 300~400원 수준이다.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지역 및 가게 매출에 따라 공급하는 가격은 다르나 최종 가격은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도매업체들도 제조사의 출고가 인상이 달갑지 않다. 유류세,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감당하려면 기존 마진율을 유지해야 하므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도매가격이 인상될 경우 '소줏값 6000원'이 현실화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 반발에 부딪혀 전체적인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거래처 확보를 위해 가게에 제공하는 냉장고, 제빙기 등 장비 지원 관행도 도매업체들에는 부담이다. 자사가 유통하는 주류를 판매하기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해당 장비를 제공하고 있지만 비싸지는 술값으로 소비량이 줄 경우 매출 압박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종합주류도매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출고가 인상으로 도매가격을 올리더라도 거래처 확보 경쟁을 위해 결국 도매가격은 내려가게 돼 있다"며 "점점 줄어드는 마진율 때문에 영세한 도매업체들은 말 그대로 코 밑까지 물이 들어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주류 제조업체들은 소주 및 맥주 가격의 인상을 추진하지 않거나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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