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양정님] 초록 애벌레의 꿈

양정님(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초록 애벌레의 꿈


이른 새벽 배추 흰나비가

어머니의 발자국 소리에 잠에서 깼다

유채꽃 속에서 잠자던 꿀벌도

어머니의 목소리에 놀라 날개를 털었다


씨앗은 어머니의 땀을 먹고 싹이 움트고

어머니의 손길을 받아 자란 채소들이

풍성한 밥상으로 내게 왔다


초록 애벌레의 시간 동안

나는 어머니의 텃밭에서

손이 많이 가는 어린 묘목이었다


텃밭에서 하루를 열고 닫는 시간 동안

어머니의 주름은 밭고랑처럼 깊어 갔다


어머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치맛자락에 풋풋한 채소를 가득 안고

환한 미소를 지으시던 어머니의 얼굴

가끔

내 삶의 중심이 흔들려 길을 잃을 때

나는 텃밭에서 무엇을 키우고 있는지

어머니의 텃밭을 떠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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