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물가 잡으려면 기준금리 6.5%까지 올려야"

 

저명한 월가-학계 이코노미스트 4명 보고서

 

주요국 중앙銀 설계 디스인플레 16개 사례 연구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6.5%까지 올려야 할 수 있다는 저명한 이코노미스들의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과 싸워 이기려면 금리를 더 높여 침체를 유도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앙銀, 침체 없이 디스인플레 유도 불가"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4명의 월가 이코노미스트와 경제학 교수들은 시카고경영대학원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연준 위원들이 아직도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한다며 물가를 통제하려면 다소간 경제적 고통을 촉발해야만 한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우리 분석에 따르면 연준이 연착륙을 설계할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며 "약한 침체도 없이 2025년 말까지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 2%로 되돌린다는 것"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독일, 캐니다, 영국의 중앙은행들이 설계한 16차례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하락) 사례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이들은 "중앙은행이 유도한 중요한 디스인플레이션에서 침체가 없던 경우는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미 상당한 정책 긴축이 이뤄진 현재 상황에서 티끌없이 순수한 디스인플레이션이 일어난 전례는 없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연준이 최근 몇 십년 동안 너무 약한 인플레이션에 너무 안이해 인플레이션이 2021년 부터 오르기 시작했지만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지 않는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55페이지 분량의 연구 보고서는 연준의 금리 전망에 따라 일련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으로 제시했는데 연준 금리가 올 하반기 각각 5.6%, 6%, 6.5%까지 치솟는 상황을 가정해 살펴봤다.

보고서는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로 올해 금리가 5.6% 수준까지 오르는 것을 선호했는데 그러면 인플레이션이 2025년 말이나 되서야 3.7% 수준으로 내려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스티븐 체체티 브랜다이스 경제학 교수, JP모간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전직 연준 이사이자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의 오랜 공동 연구자인 프레데릭 미시킨 콜롬비아경영대학원 교수, 도이체방크의 피터 후퍼 이코노미스트가 공동 집필했다.

 

◇진짜 경제 비용 청구해야 물가 떨어진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 연준은 반발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노동력과 물가안정성 사이를 절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욕심이 많다"고 말했다.

메스터 총재는 과거 디스인플레이션과 관련한 경기침체의 경우 중앙은행들이 필요 이상으로 정책을 긴축한 결과일 수 있다며 물가상승률을 맞추기 위해 침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과정에서 정책 조치의 지연 효과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날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을 깨고 더 오르면서 이번 보고서는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월과 예상을 모두 상회하며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핵심 PCE 인플레이션은 전월비 0.6%로 지난 8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12월 수정치와 예상치 0.4%를 상회했다. 전년비로 보면 핵심 PCE 인플레이션은 4.7%로 시장 예상 4.3%와 전월치 4.6%를 모두 웃돌았다.

이번 보고서가 연준의 연착륙 시도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 처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합리적 시간 내에 떨어 뜨리려면 50년래 최저인 실업률 3.4%를 7%까지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연준은 지난해 50년 만에 가장 강력한 긴축을 통해 제로 수준이었던 금리를 현재 4.5~4.75%로 가파르게 끌어 올렸지만 이에 따른 비용 혹은 고통은 상대적으로 거의 없었다. 신용환경이 가장 크게 위축됐지만 고용은 여전히 강력하다. 이로 인해 연준은 침체 없이도 과열된 경기를 식히는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바로 이 경제적 탄성과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주춤해졌다는 점에서 연준이 금리를 더 많이 올려 경제에 더 큰 비용을 청구할 가능성을 높인다.

보고서는 가장 최근인 지난 12월 연준의 경제 전망에 대해 "유순"(benign)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2025년이면 인플레이션이 2.1%로 내려 오고 그 사이에도 경제가 성장하며 실업률도 4.6% 오르는 데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을 2025년까지 연준 목표 2%로 낮추는 비용은 최소한 약한 침체"라고 반박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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