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방 나가면 손절?"…카톡 조용히 나가고 싶은 이용자들

김정호 의원, '조용히 나가기 보장법' 발의…카카오 "기능 준비 중"

이용자들 "기능 꼭 필요해"…법제화 필요성엔 '글쎄'

 

"'OOO님이 채팅방을 나갔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는 '손절(인연을 끊는 것)'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흔적 없이 나가고 싶다."

직장인 유모씨(28·여)는 취업 전 인턴을 했을 때 사담을 나누던 카카오톡 단톡방(단체 톡방·단체 채팅방)에서 아직도 나가지 못 했다. 그는 "채팅방을 나가면 뜨는 '채팅방을 나갔습니다'라는 문구가 완전히 인연을 끊겠다는 '시그널'처럼 비춰진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채팅 앱 등 단체 채팅방에서 조용히 나갈 수 있는 기능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3인 이상의 이용자 간 실시간 대화를 매개하는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고 대화 참여를 종료할 수 있게 기술적 조치를 취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조항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조용히 나가기' 기능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권모씨(29·여)는 학교 선배들의 눈치가 보여 200명 이상 속한 대규모 단톡방에서 나가지 못 했다. 권씨는 "학교 모임 단톡방인데 정치 얘기가 많이 나와 피곤하다"며 "사람은 많지만 말하는 사람은 늘 정해져 있고, 그 사람들이 선동하는 느낌도 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보는 눈이 400개"라며 차마 '채팅방을 나갔습니다'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채팅방 퇴장을 '광고' 하며 나갈 수는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을 차단하고자 단톡방을 나가고 싶어하는 고교생 심모씨(18)도 있다. 심씨는 "학원에서 경진대회를 나가는 20명의 사람들을 모아놓았던 단톡방이 있는데 2년이 지나도 톡이 오간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그는 "일부 친구들은 특수목적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나는 못갔는데 고등학교 얘기가 나오면 속상해서 나가고 싶다"면서도 "나갈 때 뜨는 문구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김정호 의원실에서 국회도서관을 통해 조사한 '조용히 나가기 해외사례'에 따르면 중국의 위챗과 미국에 본사를 둔 왓츠앱 등 글로벌 메신저앱에서는 모든 그룹채팅방에서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도입돼 있다.

카카오톡은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저장 공간(클라우드) 서비스인 톡서랍에서 이용할 수 있는 '팀 채팅방'에서는 이용자들이 흔적 없이 나갈 수 있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조용히 나가기' 기능 적용 범위 확대를 준비 중"이라며 "사용자의 커뮤니케이션 피로감을 줄일 수 있는 여러 기능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용자들은 기능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법제화 필요성에는 의구심을 표한다. 직장인 박모씨(29)도 "'조용히 나가기' 기능은 필요하다"면서도 "서비스 사업자가 판단해 결정할 사안인데 보여주기식 입법 같다"고 비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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