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외교 펼치는 필리핀…미국 인도·태평양 전략 '린치핀' 되나

 

필리핀, 美·日 안보협력 강화…中 경고에도 강경 행보
남중국해 분쟁에 피로…저조한 '일대일로' 성적 실망도

 

최근 중국 견제를 목표로 친미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는 필리핀이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린치핀'(핵심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찰 풍선' 사태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연이어 긴장 수위를 높이는 정국 속 필리핀이 다시 미국의 든든한 우방으로 떠오른 것이다.

필리핀의 이런 행보는 수년간 계속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피로와 대만 유사시 필리핀도 말려들 수 있다는 공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美-필리핀 안보 협력 강화…일본에도 손 뻗는 필리핀

20일 뉴욕타임스(NYT)와 미국 타임지 등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은 최근 중국의 잇따른 경고에도 노골적인 친미 행보를 보이는 등 "근 1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미국과 필리핀 양국 국방장관이 만나 미군이 필리핀 내 주요 군사기지 4곳에 대한 접근·사용 권한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합의했다.

이들 군사기지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필리핀 영토 중 대만과 가장 가까운 최북단 카가얀과 이사벨라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국은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남중국해에서 6년 만에 공동 해상 순찰을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에 대놓고 경고하거나 도발행위 등으로 불만을 드러냈지만 필리핀은 강력히 대응했다.

지난 6일 필리핀 남중국해에서 중국 함정이 필리핀 선박을 향해 군용 레이저를 비추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직접 황시롄 주필리핀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외에도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 견제를 목표로 경제와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중국은 "경제협력을 미끼로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일"이라고 경고했지만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선언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피로↑…대만 문제 공포도

지난 정권 당시 친중 외교를 펼쳤던 필리핀이 최근 친미 노선으로 갈아탄 이유에 대해서는 계속되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인한 불만이 거론됐다.

중국은 '남해9단선'(南海九段線)을 근거로 남중국해에서 90%의 해역에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공섬에 군사 전초기지를 설치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중국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중국은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오랜 우방인 미국을 비난하면서 친중 행보를 보이는 등 갈등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중국은 여전히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어선을 나포하거나 위협했고 오히려 남중국해에서 병력을 증강하는 등 "중국이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 발간 매체 '더 인터프리터'는 분석했다.

이에 더해 대만 해협에서 중국이 연이어 긴장 수위를 높여가자 필리핀에서도 "다음은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기도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필리핀이 말려들지 않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저조한 중국 원조와 일대일로 사업 성적에 배신감

저조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성적표도 필리핀이 친미 노선으로 갈아타게 한 요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16년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했다. 당시 중국은 필리핀에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대규모 인프라 건설과 240억 달러(약 31조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임기 말까지 양국은 단 한 건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합의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남중국해 내 영유권 분쟁이 심화됐다. 아시아타임스는 "실체가 없지만 매력적인 경제적 약속을 대가로 전략적 양보(strategic concession)를 얻어내는 중국의 함정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NYT는 이런 상황 속 2021년 미국이 수백만정의 코로나19 백신을 필리핀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필리핀은 동등한 주권적인 동반자"라고 표현하면서 다시 필리핀 정부의 환심을 사기 시작했다고 봤다.




◇필리핀 내 중국 여론 악화…일각에서는 분쟁 확산 우려도

친중 정책을 지지했던 여론도 등을 돌렸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갈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필리핀 여론조사 기관 펄스 아시아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 국민 80%가 남중국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리핀 정부가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필리핀 국민 84%가 남중국해 주권 수호를 위해서는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017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필리핀 인구의 67%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중국과 대립보다 합의를 해야 한다고 답했고, 대부분이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의 지도력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과거 미 해군기지가 있었던 수빅 주민 노르베르토 몬티본(63)은 "미국이 수빅을 떠나지 않았다면 중국이 서필리핀해(남중국해) 섬들을 차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필리핀이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이 추가 접근 권한을 확보한 카가얀 주지사 마누엘 맘바는 "중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며 "카가얀 주민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한 가운데에 휘말릴 것이다"며 NYT에 전했다.

로돌포 알바노 3세 이사벨라 주지사도 미군 무기나 병력이 들어오는 것을 거부한다며 "우리 지역이 목표물이 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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