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활동하다 살인으로 복역한 이민자, 韓으로 추방 위기…외신 주목

14년간 복역하느라 美 영주권 신청 놓쳐

이민자 권리 호소에…유족 강하게 반발

 

폭력 서클에서 활동하다 살인죄로 복역해 한국으로 추방될 위기에 놓인 한 재미교포의 사연을 LA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3년 전 출소한 저스틴 정씨(33)는 16살 때 저지른 살인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도중 영주권을 신청할 기회를 놓쳐 두 살배기 때 떠난 모국으로 추방될 예정이다.

정씨는 최근 자신의 사연을 팟캐스트 방송과 틱톡 영상으로 공개했다. 한 시청자가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간 데 대해 징역 14년도 부족하다"고 직격하자 정씨는 "양심의 가책을 받는 데 수년이 걸렸다"고 인정했다. 이어 "내가 한 일에 대해 정말 미안하다"며 "돌아갈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되돌려 놓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민 온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 추방을 당하기 전까지 뭔가 해야겠다"며 현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임을 고백했다. 추방 명령을 받은 정씨는 현재 정기적으로 미국 이민국에 자신의 거처를 보고해야 한다.

◇한인 폭력서클서 대만계 고교생 살해…1급 살인으로 '징역 82년' 선고 받아

대다수 한국인처럼 정씨의 부모님 역시 그가 더 나은 교육을 받길 바라며 미국행을 택했다. 어머니는 비디오 가게와 햄버거 가게에서 일했고 이를 밑천으로 아버지와 함께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작은 옷 가게를 차렸다.

정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방과 후엔 늘 집에 혼자 남겨졌다고 회상했다. 부모님이 생업에 종사하느라 정씨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된 정씨는 점점 엇나가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주 랜초쿠카몽가의 한인 폭력서클에 가입했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했다. 2006년 8월 LA 인근에서 열린 파티에 동료들과 참석했다가 자신들을 중국인으로 오해한 또 다른 한인 폭력 서클과 충돌한 것이다. 5명과 패싸움을 벌였고 정씨가 총격을 가해 남성 1명이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 그는 뇌사상태에 빠진 뒤 끝내 숨을 거뒀다.

심지어 사망한 남성은 패싸움을 했던 상대 폭력 서클원도 아니었던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그는 8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대만계 미국인 황모씨(21)로 사망 당시 농구를 즐기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황씨는 사건 당일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황씨의 친구는 LA타임스에 "정씨가 아무 이유 없이 내 친구를 빼앗아 갔다"며 분노했다. 유족은 정씨가 몸담았던 폭력 써클의 보복이 두려워 집을 팔고 동네를 떠났다. 써클은 해산됐고 일부는 한국으로 추방됐다.

이듬해 10월 캘리포니아주 포모나 법원은 정씨가 받던 1급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82년을 선고했다. 사실상 종신형이나 다름없었다. 재판을 지켜보던 정씨의 어머니는 끝내 오열했다.

◇모범수로 가석방됐지만 추방 위기…'미국서 살게 해달라' 주장에 유족 "고통스럽다"

펠리컨베이 교도소에 수감된 정씨는 자신의 폭력적인 성향을 인식하고 뒤늦게 이를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교도소 내 이발사로 봉사하며 수많은 재소자의 머리를 다듬어 줬다. 성경 공부도 시작했다. 2018년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인정해 정씨의 형을 징역 15년으로 감형했다.

정씨는 14년가량을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2020년 6월 법원으로부터 가석방 명령을 받아 출소했다. 그러나 오랜 수감 생활로 미국 영주권을 신청할 시기를 놓친 정씨는 이내 추방 명령을 받은 뒤 미국 이민국으로 이송됐다. 그러다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해지자 이민국은 전자발찌 부착과 정기적으로 거주지를 보고하는 조건으로 정씨를 풀어줬다.

정씨는 서른 살이 넘도록 교도소 밖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그런 정씨가 자신이 한평생을 자란 미국 땅을 벗어나 한국으로 돌아올 경우 사회에 적응하기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답답한 마음에 정씨는 지난해 LA 관내 한 대학에서 미용 교육을 이수했지만, 정식 체류 자격을 얻기 전까지 취업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이에 정씨는 이민자 권리 신장을 주장하는 시민들과 함께 이민국을 상대로 자신이 미국 땅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태미 김 어바인 부시장도 힘을 보탰다. 신생아 때 한국을 떠난 김 부시장은 "정씨가 겪고 있는 일을 내 남동생이 겪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정씨가 행동에 나서자 유족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은 "정씨가 취하는 일련의 행동은 우리 가족이 아들을 잃었을 때 느꼈던 고통을 다시 느끼게 한다"며 "우리가 겪은 일에 비해 정씨가 받은 추방 결정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익명을 요구했던 황씨의 친구도 정씨가 외국에서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건 그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이라고 했다. 그는 정씨에게 "정말로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그냥 한국으로 가라"며 "그게 바로 하느님이 당신에게 내린 것"이라고 직격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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