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럴웨이한인회 도서관에 ‘사랑의 책’배달됐다
- 23-02-20
한국 저명 정신과 의사 이근후 박사 점자책 <코끼리 만지는 인생> 보내와
50년간 정신과 의사로 살다 시각장애인이 된 뒤 점자로 만든 책 펴내
대학 의대 동창인 페더럴웨이 이만희 박사 통해 한인회 도서관에 기증
“이민의 삶 사는 한인 가운데 눈이 안보여 필요한 분이 봤으면 좋겠다”
페더럴웨이한인회 도서관에 한국으로부터 ‘사랑의 책’ 한 권이 배달됐다. 한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인 이근후 박사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쓴 한글점자책인 <코끼리 만지는 인생>이다.
지난해 8월 발간된 <코끼리 만지는 인생>은 여러 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도서이다. 우선 이 책의 저자인 이근후 박사는 1935년생으로 올해 나이 88세의 노 정신과 의사이다. 1970년부터 2001년까지 이화여대를 포함해 50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환자들을 돌본 유명한 의사이다.
대학 강의 외에도 평생교육원, 자비의 전화, 직접 설립한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에서 소그룹 형식의 교육활동을 펼쳤으며 정신의학뿐만 아니라, 성상담, 사회복지, 청소년 교육, 심리학, 보건, 간호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펼쳐온 저명인사이다. 특히 한국 최초로 최초로 폐쇄적인 정신 병동을 개방 병동으로 바꾸었고 정신 질환 치료법으로 사이코드라마를 도입하기도 했던 주인공이다.
여기에다 40만권이나 팔린 베스트셀러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이자 각종 강연회에서 인기있는 스타 강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점자책을 만든 사연은 참 안타깝지만 그 안에는 사랑도 가득하다. 바쁜 의사 생활을 하면서도 남달리 봉사 활동과 등산을 좋아했던 이 박사는 네팔에서 매년 봉사를 했는데 고지대인 네팔에서 고도현상으로 한쪽 눈을 잃었고, 이후 나머지 눈까지 시력을 잃으면서 본인이 시각장애인이 된 것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청천벽력같은 시각장애인이 된 것에 좌절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 박사는 오히려 자신을 돌봐주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가며 점자책을 발간해낸 것이다.
이 책에는 의사로 활동하다 시력을 잃고 인생을 되돌아보니 자신의 처지도,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장님 코끼리 만지는 듯하다’는 것이다. 결국 의사생활에서 얻은 인생에 대한 혜안(慧眼), 경륜을 통해 얻은 마음과 진정한 행복에 대한 통찰을 이 책에 다루고 있다. 지금 바로 행복한 인생을 위한 조언을 담아놓은 것이다.
이 박사는 이 책에서 “내가 준 것이 한줌이라면 내가 받은 태산”이라고 오히려 감사함을 전하고 있다.
이처럼 고귀하게 탄생된 점자책 <코끼리 만지는 인생>이 페더럴웨이한인회 도서관에 기증된 사연도 남다르다.
이 박사의 의과대학 여자동창 친구인 이만희 박사가 페더럴웨이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근후 박사와 이만희 박사는 이름이 비슷해 의과대학 본과에서 학생번호가 앞뒤 번호였고, 본과 4년 실습을 하면서 매일 붙어있다 보니 친한 친구가 됐던 것이다.
내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이만희 박사는 치과 교수였던 남편을 따라 미국 미네소타로 건너와 30년간 내과 전문의로 일하다 몇년 전 아들이 살고 있는 시애틀로 이사를 와 정착을 한 것이다.
몇 년전 시애틀을 찾아 여자동창 친구인 이만희 박사 부부를 만나고 돌아간 이근후 박사는 지난해 “혹시라도 이민의 삶을 살고 있는 한인 가운데 한글로 된 점자책이 필요한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이만희 박사 편에 이 책을 한인회 도서관으로 보내왔다.
페더럴웨이 한인회 조혜영 이사는 “현재 이 책은 페더럴웨이 한인회 도서관에 잘 보관돼 있는 만큼 필요한 분은 언제라도 빌려보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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