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서 유언 남긴 17세 소년…"친구들아, 죽음은 생각지 못한 때 와"
- 23-02-19
타하 에르뎀, 신에게 용서 빌며 의연히 죽음 맞는 모습 남겨
소년과 가족들 모두 구조되어 '해피엔딩'
튀르키예 지진으로 잔해에 깔린 한 17세 고교생이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죽음과 신에 대해 성찰하는 차분한 유언을 자신의 휴대폰에 남겨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소년은 나중에 구조되어 목숨을 건졌다.
튀르키예 방송인 TRT월드에 따르면 튀르키예 중동부 아디야만의 노동자들이 주로 사는 4층짜리 아파트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지난 6일의 규모 7.8 지진이 강타했다. 타하 에르뎀이라는 소년이 사는 이 아파트는 10초 만에 무너졌고 소년은 아버지, 어머니, 남녀 동생과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잔해 무더기와 함께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충격에서 깨어난 타하는 수천톤의 잔해 아래 깔래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타하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마지막 작별인사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죽은 후라도 그의 휴대폰이 발견되고 유언이 전해지길 바란 것이다.
타하는 좁은 공간에서 "내가 당신을 위해 촬영할 마지막 비디오라고 생각한다"며 녹화를 시작했다. 영상이 녹화되는 동안 갇혀 있는 다른 이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타하는 "친구들이여. 죽음은 가장 예상치 못한 때에 온다"면서 "나는 후회되는 일들이 많다. 신께서 나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기를. 만약 내가 오늘 살아서 여기를 떠난다면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공포로 떨고 있는 것을 애써 지진 때문에 떨고 있는 것이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타하는 "우리는 아직도 떨고 있다. 손이 떨리는 게 아니라 지진 때문"이라고 했다. 가족이 죽었다고 믿는 그는 자신이 곧 죽어 그들과 합류할 것이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타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구조되었다. 2시간 후 잔해에서 구조된 그는 이모 집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지진 발생 후 10시간 후 그의 부모와 형제자매도 맨손으로 건물을 파헤친 주민들 손에 구조되었다.
타하의 부모는 어린 자녀들인 타하의 동생들과 한 방에서 자고 있었지만 타하는 다른 방에 있었다. 타하의 어머니 젤하는 잔해 속에 갇힌 채 아들의 이름을 계속 외쳐 불렀지만 아들은 그 애타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타하의 부모는 구조되어 여자 형제 집으로 가서야 아들이 살았다는 것을 들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살았다는 것을 안 그 순간은 온 세상이 내 것 같았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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