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석 달 만에 ICBM 고각 발사…'고체연료 엔진 가능성' 분석
- 23-02-19
北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속적·전례없는 강력한 대응" 담화 하루 만에
'다목적 반발 및 도발' 의도 분석…군사 정찰위성 성능 검증 차원일 수도
북한이 18일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는 지난달 1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초대형 방사포' 발사 이후 약 한 달 보름 만이면서 올해 들어 2번째 무력도발로, 다음주 예정된 한미 군 당국의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18일 '화성-17형' 발사 이후 약 3개월 만의 ICBM 발사이기도 하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후 5시22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1발의 ICBM을 포착했다.
이 미사일은 정상 각도(35~45도)가 아닌 고각(高角·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사 각도를 높이는 것)으로 발사돼 900여㎞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한 것으로 군은 파악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 미사일이 약 66분을 비행했으며, 최고 고도는 5700㎞인 것로 추정하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 미사일이 액체연료가 아닌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미사일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고체연료 엔진 ICBM은 연료를 실은 뒤 장기간 보관할 수 있어 액체연료 엔진 미사일에 비해 발사 징후 등을 사전에 포착하기가 어렵다.
다만 군 관계자는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일부 징후가 있었다"며 사전에 포착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5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단행하면서 '새 전략무기체계'의 등장을 예고했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12월 말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 ICBM 체계 개발'을 올해 국방부문의 과업으로 제시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지난 8일 열병식에서 고체엔진으로 추정되는 신형 ICBM을 공개했기 때문에 그것의 시험발사는 시간 문제였다"며 "만약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시험발사에 단번에 성공한 것이라면 이는 놀라운 성과"라고 말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일각에선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이 ICBM 화성-17형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미 정보당국은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 간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이에 대해 엄중 경고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달 1일 평양 용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1발을 발사한 뒤 대남 무력도발을 하지 않았었다.
북한이 약 한 달 보름 만에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은 한미가 나흘 뒤부터 올해 각종 연합훈련을 본격 개시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한미 군 당국은 오는 22일 미국 워싱턴 DC 소재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DSC TTX를 실시한다.
이는 작년 11월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양측이 TTX의 연례 개최에 합의한 뒤 처음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한미 군 당국 관계자들은 또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차원에서 23일 조지아주(州) 킹스베이 소재 미 해군 원자력잠수함기지에 방문한다.
북한은 전날 담화를 통해 이같은 한미의 움직임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었다.
북한 외무성은 전날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가 정당한 우려와 근거를 가지고 침략전쟁 준비로 간주하고 있는 저들의 훈련구상을 이미 발표한 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속적이고 전례없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8일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고체연료 활용 추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아울러 지난 16일 발간된 우리 '2022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이 2016년 이후 6년 만에 부활한 것과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문제를 논의한 유엔 안보리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날 외무성 담화에서 북한이 미국 주도의 안보리 회의 소집은 '대북 적대시 정책'의 일환일 뿐이라며 재차 반발하고 나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이날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 "외무성 담화에서 지속적이고 전례없는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만큼, 이러한 경고가 빈말이 아님을 드러내면서 긴장고조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오는 4월까지 군사 정찰위성 '1호기' 발사 준비를 마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에 그 개발과정에서 성능 검증 등을 위해 ICBM을 발사했을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2~3월에도 ICBM 발사체를 발사하면서 이를 '정찰위성 관련 시험'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위성 발사체 개발을 가장해 ICBM을 개발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3월에는 프리덤실드(FS·자유의 방패) 등 대규모 한미 연합연습도 예정돼 있어, 이날을 시작으로 작년과 같이 빈도가 높은 북한의 무력도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작년 한 해 동안엔 ICBM 8발을 포함해 총 30여차례에 걸쳐 최소 70발의 탄도미사일을 쐈다.
양무진 교수는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고체형 ICBM을 위한 연소시험, 액체연료 ICBM 정상 각도 발사,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로켓발사, 무인기 도발 등으로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 화성-17형을 정상 각도로 쏠 경우 탄두 중량 등에 따라 1만5000㎞ 이상을 날아가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북한이 ICBM을 정상 각도로 쏘는 시험을 한다면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 동태평양 공해상에 떨어뜨리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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