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서'에 대출 상담까지…판결문 쓰고 약 처방하는 시대 올까

[챗GPT 폭풍]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온 '대화형 AI'

전문분야 활용도 확대 전망…'인간 대체설'엔 회의적

 

#직장인 A씨(32)는 최근 챗GPT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장문의 에세이를 쓸 때 챗GPT로 문장을 교정받을 수 있고 문법을 어떻게 공부할지 커리큘럼을 짜는 데도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A씨는 "해외 거래처에 이메일을 보낼 때 초안을 써서 챗GPT에 물어보면 알아서 수정해줘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유튜브에는 챗GPT를 영어공부와 코딩공부, 각종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영상들이 넘쳐난다. 심지어 챗GPT로 유튜브 영상을 자동으로 만들고, 돈을 벌 수도 있다고 홍보하는 영상들도 올라온다.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가 일부 부정확하다는 지적은 있지만 사용자 피드백과 학습하는 데이터가 방대해질수록 AI 기술은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리 일상 속에 AI 기술이 깊숙이 들어와 있는 만큼 AI 기술이 발전하면 우리 일상의 모습도 점점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일상 대화부터 식당 예약, 대출 상담까지…정치·연예계까지 진출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 챗봇'은 사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도에 개발돼 출시된 AI 챗봇 '심심이'가 '심심할 때 대화할 수 있는 친구'라는 역할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타트업 스캐터랩에서 출시한 AI 챗봇 '이루다'와 '강다온' 역시 관계 친화적 대화에 집중하며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대화형 AI에 음성인식 기술을 도입한 AI 스피커는 'AI 비서'급으로 진화한 상황이다. 매일 날씨 정보는 물론 필요한 자료를 대신 찾거나 이용자의 일정을 관리하고 음식점을 예약하고 취향에 맞는 음악과 영상, 게임을 추천하기도 한다. 바쁜 소상공인들을 위해 부재 중 걸려오는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AI 비서도 있다.

© News1 


금융이나 보험업계에서는 AI 챗봇이 대출·투자·청약·연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안내하고 상담해주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신한은행 AI 상담사 '쏠리'는 전체 고객 상담업무의 약 3분의 2를 처리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연말정산 안내로도 서비스를 확대했다.

대화형 AI는 실제 인물을 모방·학습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대선 후보들이 '비대면 선거 활동'에 자신의 얼굴을 덧씌운 AI를 적극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국민의힘은 온라인 공약사이트에서 유권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AI 윤석열'을 선보였고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 아바타 'AI 이재명' 영상을 공개했다. 무소속이었던 김동연 당시 후보도 '윈디'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AI 아바타 영상을 공개했었다.

그림이나 음악 등 예술 분야와 연예계에도 AI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명령어를 입력하면 그림을 도출하는 AI '미드저니'는 지난해 9월 미국 콜로라도주립박람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인간이 그린다면 몇 시간 이상 들여야 할 그림을 수초 만에 뚝딱 만들어내는 만큼 효율성 측면에서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2021년 탄생한 K팝 걸그룹 '이터니티'는 11명 멤버 모두 AI 가상인물이다. 데뷔 초에는 표정과 몸짓이 다소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실시간 소통에 적극 참여하면서 팬덤이 형성되자 웹드라마나 패션 화보 촬영 등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미드저니'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 그래픽.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명령어로 '검은 토끼'를 입력했다.


◇ 100년 후엔 AI가 판결을?…미래 AI 시대 위한 대비는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발전하면 향후 행정이나 의료, 법률 등 전문 분야에도 널리 쓰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AI 판사가 판결을 내리고 AI 의사가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드렉셀대학교에서는 지난해 12월 챗GPT를 이용해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환자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음성녹음 파일을 챗GPT를 이용해 검사하면 알츠하이머 사례를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윤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연구위원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 사회 변화' 논문에서 앞으로 다가올 초고령화 사회에 AI 기술이 복지 업무를 담당할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등 삶의 질 전반이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위원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통해 얻어지는 유익들이 일부 소수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국민 전반의 삶의 질 향상과 편의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접근과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조광희 작가의 소설 '인간의 법정'은 1심 법원의 재판을 거의 AI 판사가 맡아서 처리하는 100년 후 미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서면이나 온라인으로 주로 진행되는 약식이나 1심 재판의 경우 AI 판사를 도입하면서 재판이 신속해지자 재판 지연에 대한 불만이 사그라들었다는 묘사가 있다.

AI 판사의 존재는 인간과 달리 감정이나 편견의 개입 없이 더 빠르고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실제로 AI 판사의 판결을 사람들이 얼마나 받아들일 것이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판결 알고리즘 분석의 어려움과 오작동도 있지만 AI가 인간처럼 구체적인 사정과 사회적 배경, 상식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자리 변화 등 사회적 충격은 어느 정도 있겠지만 AI가 완전히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데에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AI 기술은 인간의 모든 것을 대체하기보다는 특정 부분만 대체하는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디스토피아를 얘기하는 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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