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첫 '가벼운 침체' 시나리오…"1분기 앞도 예측 힘들어"

연준, 스트레스 테스트 가정으로 '가벼운 침체' 최초 제시

美마저 경로 불투명…한은 23일 수정전망서 성장률 낮출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공개한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에서 앞으로의 물가 흐름을 불확실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포착됐다.

올 상반기 경기침체에 따라 디스인플레이션(물가 둔화)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지만, 한편으론 경기 연착륙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증대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점으로 풀이된다.

미국마저 향후 경제를 여러 갈림길로 예상하는 만큼 우리 경제 역시 1분기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투명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

17일 한국은행 워싱턴 주재원에 따르면 연준이 지난 9일 공개한 2023년 대형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에서는 한 가지 시사점이 도출됐다.

연준은 보통 스트레스 테스트를 '기본'과 '부정적' 가정으로 나눠 진행한다. 올해는 기본과 매우 부정적(severely adverse) 등 2개 시나리오를 가정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연준은 '시범적 시장충격'(exploratory market shock) 요소를 올해 최초로 도입해 예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시범적 시장충격이란 글로벌 경기침체가 덜 심각한 가운데,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은 강한 상황을 가리킨다고 한은 워싱턴 주재원은 설명했다.

시범이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해당 요소로 도출된 결과로 인해 은행 요구자본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범적 시장충격 아래서는 주요 금융 변수와 상품 가격의 움직임이 심각한 침체 상황에서 예상되는 움직임과 정반대를 향한다. 비교적 강한 침체 상황이라면 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 상품 가격은 떨어지지만 시범적 시장충격 하에서는 국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 가치는 절상되면서 공급망 장애 등에 따라 상품 가격이 상승한다.

한은 주재원은 "연준이 스트레스 테스트의 매우 부정적인 시나리오에 더해 경제·금융 변수의 움직임이 정반대인 시범적 시장충격 요소를 추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연준이 향후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을 그만큼 크게 본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주재원은 "연준은 2019·2020년에도 복수(2개)의 부정적 시나리오를 제시했으나 당시는 (물가 향방이 아닌) 경기침체의 강도와 회복기간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부연했다.

(한은 제공)


경기 연착륙이나 '노 랜딩'(무착륙)은 통상적인 경기침체(경착륙)에 비해 좋은 상황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편으론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시기를 늦출 여지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으며 추후 실물경기 회복에도 나쁜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내 물가 지표를 해석하는 관점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시장이 연내 물가 둔화세와 함께 통화정책의 조기 전환을 기대하던 연말연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4%로 예상치를 웃돈 데 대해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의 물가 둔화 속도가 더뎌졌다면서, 연준의 고금리가 장기화한다는 예상에 보다 무게를 실었다. 반면 오는 2분기부터는 물가 둔화세가 가팔라진다는 전망에 기초해 해당 의견을 물리치는 시각도 팽팽히 맞섰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초 인플레이션 안정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올해 전반에 걸쳐 진행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올해 실물경제와 금융여건은 1분기 이상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불확실한 경제 경로는 우리나라에도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은이 오는 23일 발표할 수정경제전망은 이 같은 토대에서 나오게 됐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을 1.7%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1.8%), 현대경제연구원(1.8%), 한국경제연구원(1.5%), 등 국내 주요 기관도 대부분 1%대 중후반 수준을 제시했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최신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 수준으로 나타났다.

임 연구원은 "올해 전 세계 실물경제와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여건에 대한 상이한 시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다만 비교적 확실한 합의가 나타나는 시각은 실물경제 둔화가 일시에 불과한 소프트 패치(가벼운 조정)라면, 빠른 물가 안정은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씨티은행은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1.7%에서 1.3~1.6%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지난 14일 예상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인 3.6%를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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