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정찰풍선 강경입장서 한발 물러나…출구전략 모색 관측

 

WP "이례적 대기 상황으로 비행체 경로 바뀌었을 수 있어"
백악관 "격추한 비행체 4개 중 3개는 정찰과 무관"

 

미국과 중국이 최근 이른바 '정찰 풍선'을 두고 설전을 벌이며 양국 간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백악관이 한발 물러선 '톤다운'된 발언을 이어가며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은 미·중 고위급 외교관리 간 만남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 예상치 못한 강풍으로 비행체의 경로가 바뀌었을 수 있다는 점, 백악관이 격추된 4개의 물체 중 3개는 정찰과 무관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은 점 등을 바탕으로 미국 측에서 갈등을 진정시키려 한다고 전했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의심스러운 물체를 격추한 지 일주일 만에 백악관은 한발 물러서는 듯하다"고 보도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과 중국 외교관들은 풍선을 넘어 공기를 정화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 당국은 지난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해안 상공에 이어 10일 알래스카주 해안 상공, 11일 캐나다 유콘 준주 상공에서 중국의 비행 물체를 격추했다. 지난 12일 캐나다와의 접경 지역인 휴런 호수 상공에서 또 다른 고고도 물체를 격추하며, 북미 영공에서 미확인 비행물체가 총 4차례 격추됐다.

미국 당국은 이 물체를 정찰 풍선으로 표현해왔지만, 이들 기구가 어떤 원리로 상공에 뜰 수 있었는지 파악하지 못하며 현재 물체(object)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은 첫 번째로 격추된 풍선이 중국의 감시 프로그램의 일환인 '정찰 풍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 측에서는 단순한 기상연구용 기구라고 반박했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 13일 미국의 고고도 풍선이 지난해부터 허가 없이 중국 영공을 10회 이상 비행했다고 주장하며 갈등은 격화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례적인 기상 조건으로 인해 이 비행체가 잘못된 경로로 우회해 미국 본토로 날아들어왔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분위기는 다소 바뀌었다.

WP는 당초 괌으로 향하려던 비행체가 남하한 제트 기류를 따라 미국 본토로 향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 관계자도 ABC뉴스에 "다양한 요인이 풍선의 궤적을 결정하며 어디로 갈지는 명확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이 주장에 힘을 더했다.

미 CNN은 WP 기사를 확인하면서 미국 본토로 들어간 풍선의 경로가 의도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정보는 미중 간 긴장을 완화하고, 양측이 외교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 차원에서도 다소 다운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14일 "미국 상공에서 격추된 2개의 물체, 캐나다 상공에서 격추된 1개의 물체는 상업 또는 연구 기관과 연관된 것일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미국 당국은 (처음 격추된 이후 추가로 격추된) 세 물체가 중국의 스파이 풍선 프로그램의 일부이거나 외부 정보 수집 노력에 분명히 관여했음을 가리키는 어떤 징후나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도 이번 사태가 갈등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미·중 관계에 영향을 줘야 하느냐'는 말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 갈등이나 대립이 아닌 경쟁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소통을 강조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을 계기로 진행된 양국 정상회담 당시 미·중은 대만 관련 문제 등에선 이견을 보였지만, 양국 간 '소통 유지' 필요성엔 공감했다.

미·중 고위급 외교라인이 접촉할 수 있다는 점도 미국이 갈등을 진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과 만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정찰 풍선' 사태가 발생하면서 베이징 방문을 취소, 양국 회담도 잠정 연기됐다.

국면은 뮌헨안보회의(MSC) 개막을 앞두고 전환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3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오는 17~19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왕 주임과 회담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 담당 고위 관리였던 대니얼 러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블링컨 장관과 바이든 행정부 모두 뮌헨 방문 동안 왕 주임과 회담을 원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이들의 회담이 성사되면 최근 양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정찰 풍선' 관련 논란 이후 양국 고위 외교 관계자들의 첫 대면회담이 된다.

특히 포린어페어스는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 사이 긴장을 고조한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 격추사건'을 언급하며 긴장 자제를 촉구했다. 1983년 소련 전투기에 의해 대한항공 여객기가 격추돼 탑승자 269명이 전원 사망했는데, 당시 조종사는 여객기를 군사용 정찰기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은 더욱 멀어졌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조만간 고고도 비행체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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