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남성용 먹는 피임약 개발…1회 복용에 2.5시간 작용

신호전달물질 sAC 억제제 'TDI-11861' 개발
동물실험서 효과 확인…24시간 뒤 정자 운동능력 회복

 

미국에서 정자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멈춰 임신을 예방할 수 있는 피임약 후보물질이 개발됐다. 연구팀은 이 약물이 상용화되면 향후 남성용 피임법에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코넬대학교 의과대학은 14일(현지시간) 요헨 벅 약리학 교수와 로니 레빈 교수 공동 연구팀이 가용성 아데닐릴 사이클라제(sAC)를 억제하는 남성 피임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전임상 동물실험을 통해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같은 날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그동안 남성용 경구(먹는) 피임약 개발 시도는 꾸준히 있었지만, 안전성 또는 부작용 문제로 번번이 개발이 중단됐다. 또 현재 개발 중인 남성용 피임약도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

연구팀이 처음부터 피임약 개발을 연구한 것은 아니었다. 연구팀은 신호 전달 단백질인 sAC를 분리하는 실험을 하던 도중 sAC가 부족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가 불임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생쥐에 sAC를 비활성화시키는 약물을 투여한 결과 생쥐는 운동성이 없는 정자를 생산했다.

연구팀은 또 sAC를 발현하는 유전자가 부족한 남성이 불임이지만 이 외에는 건강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참고해 해당 기전을 이용하면 안전한 피임법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연구팀은 트리 인스티투션얼 테라퓨틱스 디스커버리 인스티튜트(TDI)라는 약물 후보물질 발굴 기업과 함께 sAC를 억제할 수 있는 'TDI-11861'을 개발했다. 이후 연구팀은 TDI-11861을 생쥐에 1회 투여했다. 확인 결과 생쥐의 정자는 최대 2시간 반 정도 운동성을 잃었다. 암컷 쥐의 생식 기관에서도 효과가 지속됐다.

투여 3시간 정도가 지나자 정자의 운동성을 다시 찾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여 24시간 후 정자 대부분이 정상적인 움직임을 회복했다.

TDI-11861 투여 수컷 쥐는 암컷 생쥐와 정상적인 짝짓기 행동을 보였지만 52차례의 짝짓기 시도에도 임신한 암컷은 없었다. sAC를 억제하지 않은 일반 수컷 쥐 집단에서는 짝짓기한 암컷 쥐 약 3분의 1이 임신했다.

연구팀은 "억제제를 투여한 지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약효가 나타났다. 다른 남성용 호르몬제 또는 비 호르몬제는 정자수를 줄이거나 난자와 수정을 막는 효과를 보는데 몇 주가 걸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 남성용 피임약은 약물 투여를 중단하고도 다시 생식능력을 회복하는데 다시 몇 주가 걸리는 반면, 이 sAC 억제제는 효과가 몇 시간 만에 사라져 필요할 때만 복용할 수 있다.

라빈 교수는 "sAC 억제제를 사람에게 사용하기에 더 적합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에 적용할 임상시험에 앞서 우선은 다른 전임상시험을 반복해 효과를 충분히 확인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신생 바이오기업에 아웃라이선스(기술이전) 할 계획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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