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동급생 얼굴에 검은색 스프레이 '칙'…"넌 흑인이고 노예"

미국에서 한 고등학생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내뱉으며 동급생 얼굴에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장면이 공개됐다.

13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국 필라델피아의 세인트 휴버트 가톨릭 고등학교는 지난 7일 동급생 얼굴에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리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학생 3명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달 초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공개된 영상에는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A양이 회색 티셔츠를 입은 여학생 머리채를 잡고 얼굴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A양은 "넌 흑인 소녀다. 너는 너의 뿌리를 알고 있다. 넌 노예에 불과하다"고 말한 뒤 "네가 내 빨래를 해야 한다"고 외쳤다. B양은 괴로운 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피하고 있다. 또 다른 학생 2명은 소리를 크게 내며 웃으며 휴대폰으로 이 모습을 촬영했다.

이후 학생들은 자신들이 촬영한 영상을 "흑인 역사의 달을 자랑하며"라는 글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영상 말미에는 얼굴 전체가 까맣게 변한 B양이 "나는 흑인인 게 자랑스럽다"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딸이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한 흑인 학부모는 동영상이 자신의 딸과 조카, 다른 흑인 학생들에게 직접 전송됐다고 밝혔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다", "그 대가를 치르길 바란다" 등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필라델피아 대교구와 학교, 교육청은 진상조사에 돌입했다. 대교구 측은 "이 학생들은 매우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사회적 상처를 만졌다. 우리는 어떤 인종차별적 행동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학교와 교육청은 사건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다른 학생들이 추가로 연루됐는지 조사해 징계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건 이후 학교 앞에서는 학부모와 활동가들이 '더 이상 인종차별 금지', '증오 상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흑인인권 단체 NAACP는 성명서를 통해 "흑인의 업적과 풍부한 역사를 기리는 흑인 역사의 달을 기념하는 동안 이 문제를 언급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낙담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백인 여학생들이 젊은 여성의 얼굴을 검게 칠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보여주는 영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그 행위가 농담으로 행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끔찍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맞서 싸우고 있는 인종주의의 계속되는 순환을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도 "흑인의 업적과 역사를 기리는 흑인 역사의 달에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유감"이라며 "이건 결코 농담이 아니다. 끔찍한 인종차별일 뿐"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사건이 발생한 학교는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약 5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고, 대다수가 백인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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