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털어갔다"…튀르키예 주민들 두번 울리는 약탈 범죄 기승

지진 피해 지역서 약탈·절도 잇따라…당국 "엄단할 것"

 

튀르키예(터키) 강진 피해 지역에서 약탈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등 치안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상인들은 약탈 우려로 상점 진열대를 비우거나 주민들은 귀중품을 도난당하면서 반이민자 정서까지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에서는 상점들을 약탈하거나 자동차나 빈집 등에서 귀중품을 훔치는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약국은 물론 고가의 전자기기와 의류 판매점에서도 약탈이 일어났다. 현금인출기(ATM) 역시 뜯겨져나갔다.

베키르 보즈다그 튀르키예 법무장관은 이날 57명이 절도 등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약탈 범죄로 상인들은 상점 진열대를 비우는 등 판매를 중단하고 있었다. 일부 상인들은 피해 지역에 파견된 보안군과 함께 가게 앞에서 경계 근무를 서기도 했다.

전자기기 상점을 운영하는 유크셀 우준은 "우리 가게는 폐허가 됐다"며 "도둑들은 가져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져가버렸다"고 푸념하며 휴대폰 케이스와 충전기 등 남은 물건들을 트럭에 실었다.

섬유 도매 상점 주인 메흐메트 딜메즈는 "지진으로 생긴 틈으로 약탈범들이 침입했다"며 "(약탈범들이) 물건을 많이 가져가지는 않았지만 현금 7만 리라(약 470만원)를 훔쳐갔다"고 한숨 쉬었다.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 주민 아일린 카바사칼은 "약탈을 막기 위해 집과 차를 지키고 있다"며 "악몽을 겪고 있다. 당국이 우리를 지켜줘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주민들은 절박한 상황에서 이런 범죄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었다.

상점 주인 베르칸 요구르트쿠오글루는 처음 며칠 간은 구호품과 물자 전달이 늦어지기 때문에 약탈은 어쩔 수 없다며 본인도 "아이들 기저귀가 필요해서 마트를 약탈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약탈범들을 엄단하겠다며 칙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에서 약탈 용의자들의 법정 구속기간은 4일에서 7일로 늘어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엄단을 약속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0일 지진 피해를 입은 남부 도시 아디야만을 방문해 약탈범들을 "이 고통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으로 바꾸려는 기회주의자들"이라고 비난하며 필요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6일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3만3000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에서 2만9605명, 시리아에서 3574명으로 늘어 총 3만3179명으로 집계됐으며 유엔은 최종 사망자 수는 최소 이보다 두 배 이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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