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베끼기' 막을 수 없다는데…'사용 금지'가 답일까
- 23-02-12
표절 과제 우려에 교육계 '금지' 고민…"이미 활용은 불가피"
수업 중 과제 수행·출처 명기·활용 교육 등 다수 해법도 제안
'금지'해야 할까 '활용'해야 할까. 새 학기 개학·개강을 눈앞에 둔 지금 교육계가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해 11월30일 출시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두고서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챗GPT에 대한 학교 현장의 우려는 '과제 대필·표절'로 요약된다.
챗GPT가 기존 다른 챗봇에 비해 대학 과제·보고서로 제출해도 손색없을 만큼의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표절 등 부정행위가 판을 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최근 국내 한 국제학교 일부 학생이 챗GPT를 활용한 영문 에세이를 제출했다가 '전원 0점' 처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대필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다수 대학이 아직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어서 학기 시작과 함께 문제가 일파만파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적 평가가 무엇보다도 큰 문제다. 서울 한 대학에 다니는 김모씨(23)는 "어떤 학생이 챗GPT를 베낀 과제물을 냈다가 좋은 성적이라도 받으면 스스로 과제물을 작성한 다른 학생들은 뭐가 되겠나"라고 토로했다.
더구나 챗GPT는 아직 지식·인용 구절에 대한 출처를 밝히지 않은 답변을 내놓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를 다시 과제물에 '붙여넣기'할 경우 이중의 표절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 메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챗GPT를 "첨단기술 표절 시스템"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대응 방안을 준비하는 국내외 대학들은 챗GPT를 사용한 부정행위를 걸러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사용 금지'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News1 DB |
◇ "이미 활용은 불가피…'교수법' 바꾸거나 '활용 방법' 배워야"
다만 교육계에서는 챗GPT 금지 방침이 오히려 지나친 두려움을 야기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챗GPT를 각종 창작물에 활용하는 것이 이미 불가피하다면 교육적인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해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제시된다. 교수법에 변화를 주거나 챗GPT와 공존하며 활용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교수법 변화의 한 예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역진행 수업)'이다. 이는 과제물 챗GPT 사용 금지를 전제로 한다.
플립러닝은 교사·교수의 수업 영상과 자료를 수업시간 전 미리 학습한 뒤 수업에서는 교사가 현장에서 내는 과제를 수행하거나 토론하는 등 상호작용하며 진행되는 수업 형태다.
과제물에 챗GPT의 개입을 차단하면서 학생 본인의 학습 수준과 생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해법은 챗GPT를 교육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수업방식을 유지한다면 과제물에서 충실하게 출처를 명기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챗GPT의 답변에 빠져있는 각종 출처를 명기하기 위해서는 관련 논문과 원저를 읽는 과정이 불가피하다.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1970년대 포켓용 전자계산기 사용이 미국 교육계에 미친 영향도 참고해볼만 하다.
도입 당시 미국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산수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계산기를 활용해야만 하는 복잡한 문제를 내는 등 활용 방식이 자리 잡은 뒤로는 수학 능력이 저하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나왔던 바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챗GPT는 '아이언맨 슈트'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슈트를 입으면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슈트에만 의존하면 근력이 극도로 떨어지지 않겠나"라며 "챗GPT를 차단할 수 없다면 공존 능력을 기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학 관계자 역시 "파파고, 구글 번역기가 등장했을 때도 유사한 논란이 생겼으나 지금은 외국어 강의·과제물에도 일정 수준 보조 역할로 활용되고 있다"며 "적당한 범주 내에서 활용하는 교육적 방안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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