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김성교] 1977년 겨울

김성교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1977년 겨울


몹시도 추운 저녁

라디오에서 곧 중대 발표가 있을 것 같은지

거리에 차들은 빠르게 집으로 가고

사람들은 따스한 군고구마처럼 갈 길을 간다

나도 갈 길을 가야는데 

누군가 집에서 울고 있다

달빛에 눈이 부시고 

하늘을 볼 염치도 없어

발끝으로 떨어지는 울음을 센다

어둠이 삼켜버린 검정색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비틀린 하루

더듬더듬 걷다가 앉았다가 뒹굴다가 

꿈을 잃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원으로 갔다

언제부터인가 집이 없는 사람들은

저녁이 되면 공원으로 갔다

마치 갈 길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누군가처럼 공원 벤치에 앉으니

헤프게 눈물이 났다

구겨지는 신문지처럼 쓰윽-쓰윽-소리 나게 울었다

하늘에서 팽개쳐진 깨진 별 하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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