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 아이 옷가지까지 태웠지만"…한파에 떠는 튀르키예 재난민

임시 텐트나 차 안에서 추위 피해보지만 역부족

에르도안 대통령 "재난 규모 정부가 감당하기엔 너무 커"

 

영하 5도까지 떨어지는 겨울 추위가 집을 잃은 튀르키예 재난민들을 더 힘겹게 하고 있다.

AFP통신은 9일(현지시간) 여진 우려로 귀가 금지령이 내려진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현장의 모습을 보도했다. 잘 곳이 사라진 사람들은 임시 텐트나 자동차 안에서 추위에 떨며 밤을 보내고 있다.

생존자 말렉 할리치는 "추위를 견딜 수도,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두 살배기 딸을 담요로 칭칭 감고 구조대원을 지켜보던 그는 "앉아 있으면 잔해 더미에 깔린 사람들 생각에 두렵고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아흐메드 후세인은 "우리 아이들이 얼어 죽을 것 같다"며 "공원 벤치부터 애들 옷가지를 태워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적어도 (정부가) 텐트 정도는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정부의 지진 대응에 불만을 터뜨렸다.

8일 피해 지역을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부족한 점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재난의 규모가 너무 커 그 어느 정부도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혼란과 결핍 속에서 튀르키예 재난민들은 손에 잡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

슈퍼마켓과 가게들은 땔감으로 쓸 만한 나무판자 등을 나눠줬고, 체육관·학교 모스크 등은 밤에도 문을 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몸 누일 안전한 장소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는 차 안에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기름을 태우며 쪽잠을 자고 있다.

가족과 차 안 히터로 버티고 있는 술레이만 야닉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냄새는 끔찍하지만 집에 갈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조차 없는 이들은 성 위의 바위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곳에 텐트를 쳤다. 7년 전 시리아를 떠나 튀르키예로 이주한 에멜 오스만은 차나 임시 대피소가 없어 선택권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어린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텐트를 쳤다는 에멜의 나이는 고작 14살이다.

지진 발생 시각부터 골든타임(72시간)을 넘긴 9일 오전 9시58분 기준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사망자는 1만5000명을 넘어섰다. 현지에서는 여전히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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